국내 유일 하이브리드 수술실… 심장 안 세우고 대동맥질환 수술
출혈·폐렴 등 합병증 위험 감소… 대동맥질환 생존율 유럽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뇌혈관질환 발병이 2000년대에 들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심장질환은 1995년 370만명에서 2010년 470만명으로 15년 사이 100만명이 늘었다. 심장질환 중 대동맥질환은 특히 위험하다. 긴 원형의 관인 대동맥의 일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대동맥류라고 하는데,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흘러나와 쇼크 상태에 빠지면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스텐트 그라프트' 아시아 최다 시술
대동맥류가 생기면 주변 기관을 누르기 때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 목소리를 내는 신경이나 식도가 눌려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일단 이런 증상이 생긴 지 2년 정도 지나면 대동맥류가 파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장병철 원장은 "대동맥이 파열되면 살아서 병원에 도착하는 비율이 50%에 그치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더라도 사망 위험이 크기 때문에 파열 후 전체 사망률이 80~90%에 이른다"며 "따라서, 대동맥류를 의심해볼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CT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수술 성적, 유럽 뛰어넘어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지난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열었다.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인 하이브리드 수술실에는 심장내과·외과·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함께 들어와 필요에 따라 수술과 중재적 시술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심부전증·신부전증·폐기능 이상 등이 동반된 대동맥질환자가 합병증 위험이 큰 기존의 개흉수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대동맥질환 수술을 받을 경우 20~40㎝ 정도 가슴을 절개하고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인공심폐기를 사용해야 했는데, 개흉수술과 스텐트 삽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절개 부위가 5~15㎝로 줄고 심장을 정지시킬 필요도 없게 됐다. 심혈관외과 윤영남 교수는 "이 덕분에 출혈·폐렴 등의 합병증 위험이 크게 감소했다"며 "회복기간도 빨라져 환자들의 수술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혈관질환센터팀의 하이브리드 수술 성적은 유럽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이 병원의 대동맥질환자의 하이브리드 수술 후 3년 생존율은 75~80%로 유럽(70%)보다 높다. 이에 대해 장병철 원장은 "최신 장비와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국 의료진, 전문교육센터서 연수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치료 성적뿐 아니라 교육·연구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매년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과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2009년부터는 중국·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몽골 등 아시아 의료진과 국내 의료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전문교육센터를 찾아 연수를 받는다. 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영상의학과 이도연 교수팀은 1999년 그물망·섬유망 분리형 스텐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동훈 교수는 "분리형 스텐트 개발 덕에 허벅지에 5㎜ 정도만 절개해 스텐트를 삽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기존 스텐트 삽입술 후 10일 정도 걸리던 입원기간을 2~3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