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스텐트 치료 효과 논란

금속 스텐트와 재협착률 차이 좁혀져
10월부터 건강보험 상한액 축소 적용
"논란중인 시술법에 심평원 결론 성급"
협심증 치료를 위해 쓰이는‘약물 코팅 스텐트(DES) 시술’의 치료효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스텐트 시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물 코팅 스텐트에 대해 의료계와 보건당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스텐트란 심장의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그물망. 여기에 항암제와 같은 약물을 코팅한 약물 코팅 스텐트는 일반 ‘금속 스텐트(BMS)’보다 치료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지금껏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DES는 250만원, BMS는 193만원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 두 스텐트의 치료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이를 근거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물 코팅 스텐트의 보험 상한액을 200만원, 일반 금속 스텐트는 171만원으로 줄여 10월부터 적용키로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텐트 논란의 핵심은 ‘재 협착률’과 ‘스텐트 혈전증’ 등 두 가지. 스텐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물망 틈을 비집고 혈관 내피조직이 자라나와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
일반 금속 스텐트의 재협착률은 22~32%다. 그러나 내피 세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 코팅 스텐트가 도입됨에 따라 2006년엔 전체 시술의 90% 이상이 약물 코팅 스텐트로 시술됐다. 약물 코팅 스텐트는 2003년 건강보험에 등재될 당시만 해도 재협착률이 0~2%로 평가돼 건강보험 상한액이 금속 스텐트보다 30%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그 동안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재협착률이 5~10%로 나타나 일반 금속 스텐트와의 차이가 좁혀졌다.
스텐트 논란의 또다른 이슈는 ‘스텐트 혈전증’이다. 스텐트를 삽입한 뒤 갑자기 혈전(피떡)이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스텐트 혈전증은 일반 금속 스텐트에서도 발생하지만, 약물 코팅 스텐트에서 더 잘 생긴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전체 스텐트 시술 중에서 약물 코팅 스텐트의 비율이 미국은 80%에서 70%, 유럽은 70%에서 60%로 줄었다.
서울대병원 내과 김효수 교수는 “여기엔 관상동맥 질환의 중증도 차이 등 다른 변수가 많다”며 “학문적인 논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보건당국이 가치를 재평가한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관절염 치료약인 셀레브렉스를 약물 코팅 스텐트 시술환자들에게 투여한 결과 재협착률을 54% 줄였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의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앞으로 일반 금속 스텐트를 시술하는 환자들이 늘어도 재협착률을 낮출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하종원 교수는 “약물 코팅 스텐트가 재협착률이 낮다는 점은 분명하다. 혈전증도 시술 뒤에 아스피린이나 플라빅스 등 항혈전제를 잘 쓰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다만 다른 수술 등을 위해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혈전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속 스텐트 시술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