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소리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싶다‥ 우울증일까?
취재 김민정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1/09/09 09:16
<월간 헬스조선> 9월호 ‘독자가 묻고 명의가 답한다’ 주인공은 국내 최고 우울증 전문의인 고려대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다. 고려대병원 우울증센터 소장이기도 한 이 교수가 알려주는 우울증에 관한 궁금증 풀기.
Q 우울증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하는가? 이세미(30·서울시 마포구 염창동)
살다 보면 슬프거나 울적할 때가 있다. 이런 느낌이 기분상의 문제를 넘어 생활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면 우울증이다. 보통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2주일 이상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면 우울증으로 본다. 2주일 이내는 단순히 우울한 기분인 우울감이다. 우울증의 종류는 우리가 흔히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주요 우울증’, 햇빛이 적은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울적하지만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는 ‘기분부전장애(신경성 우울증)’ 등이 있다.
Q 우울증이 생기면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서준석(44·경남 진주시 칠암동)
진단장비로 촬영해 보면 뇌는 어떤 일을 할 때 총천연색을 띤다. 활동 정도가 강하면 빨간색, 중간이면 주황색, 적절하면 노란색을 띠고, 활동 정도가 약하거나 없으면 남색이나 검은색 등 무채색을 띤다. 우울증이 있으면 뇌는 활성도가 떨어져 흑백 등 무채색을 띠고, 희노애락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활성도가 좋아지면 밝은색을 띠고 희노애락 같은 감정이 다시 생긴다.
Q 우울증의 증상은 어떤 것인가? 평소 자가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신태윤(37·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우울증의 증상은 첫째 이유 없이 힘들고, 피곤하며,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친다. 둘째는 삶이 재미없다. 셋째는 우울하고 슬픈 기분이 자주 든다. 그 밖에 입맛이 없고, 잠이 잘 안 오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고, 혼자 있고 싶어진다. 자가진단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우울증 자가진단법’을 검색해 활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너무 괴롭기 때문에 인터넷에 들어가서 검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설사 인터넷에서 우울증 자가진단법을 검색하더라도 마지막 문항까지 체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다.
Q 가끔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뭔가 던지려는 충동을 느끼며, 별일 아닌 것에 굉장히 서운하다. 우울증의 증상인가? 서인영(49·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그렇다. 전문용어로 ‘공격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분노감을 억제하는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하면 확 퍼붓는 등 공격적으로 변한다. 공격성이 밖으로 표현되면 타인을 죽이고, 안으로 표현되면 자살한다. 따라서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다.
Q 머리가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흔들거리고, 기운이 없으며, 모든 것에 의욕이 없다. 그저 쉬고 싶을 뿐이다. 우울증인지, 갱년기 증상인지 모르겠다. 윤정란(51·경북 문경시 흥덕동)
우울감으로 볼 수 있다. 보통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을 2주일 이상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때 우울증이라고 한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갱년기 여성은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 등이 떨어져 우울감이 깊어진다. ‘이제 여자로서의 삶은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감이 심해진다. 갱년기에 우울감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한다.
Q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성태(30·충남 천안시 안서동)
우울증의 흔한 원인은 신경전달물질의 활동 저하 또는 불균형이다. 인생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여성은 마음의 중추인 갑상선 이상으로 기분 조절에 문제가 생겨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월경, 출산, 폐경 등 여성호르몬의 변화로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겨 우울증이 온다. 특정 내과질환 자체가 우울증적 소견을 보이거나, 암과 에이즈 등에 걸렸을 때 2차적으로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밖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거나, 유전적으로 우울증이 있거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오는 분노감을 조절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