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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시간씩 샤워한 강박장애 환자, 사망한 이유는?
한희준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1/02/08 08:59
사만다 핸콕스(40)는 10세가 되던 해 할머니가 사망했는데, 그 사망원인을 병원에 있던 세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강박장애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하게 끊은 채로 살아왔다.
세균에 대한 강박증 때문에 하루 20시간씩 샤워를 했던 그녀는 결국 탈수와 피부병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
강박장애는 크게 확인형, 정확형, 청결형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사만다가 앓았던 강박증은 청결형에 속한다. 강박장애의 대부분이 청결형에 속하며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전혀 더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청결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하루에 20시간씩 샤워를 할뿐만 아니라 수십 번씩 손을 씻는 경우도 있다.
전체 인구의 2~3%가 앓고 있는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설득력 있는 원인으로는 안와전두엽(눈 바로 위쪽에 있는 뇌)에서 기저핵(뇌의 깊은 부분)으로 이어지는 뇌 신경회로의 이상에 있다. 스트레스도 그 중 한 원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가족 일원의 사망, 이혼, 퇴직, 출산 등의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강박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불안감에 대한 대처방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강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속으로 “합!”하고 외치거나, 손뼉을 살짝 치는 등 자신만이 의식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해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만다와 같은 청결형의 경우 아예 더러운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노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에는 자신만의 의식이 또 다른 증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고, 불안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으로 매우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약물치료는 대뇌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재흡수 되는 것을 막는 약제가 이용되는데, 이 약물의 효과로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나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 재발의 위험이 아주 높아 장기적인 투여가 필요하다. 강박증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신경절단술이나 전기자극수술 등 수술적 치료가 이용되고 있으나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최후에 해 볼 수 있는 치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