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백신으로 예방가능한 최초이자 유일한 암, 자궁경부암
배정훈 샘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
입력 2010/11/08 08:49
일반적으로 암은 그 원인이 다양해 근본적 예방법이 없고 조기 검진이나 발병 후 수술 등의 치료법 밖에 없는 무서운 질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에 비해 자궁경부암은 그 원인이 인유두종 바이러스, 즉 HPV(Human Papillomavirus)로 밝혀졌기 때문에 HPV의 감염을 막는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암이 되었다. 자궁경부암은 일반적으로 30~50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성생활 시작 연령이 낮아지며 20대 여성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HPV는 정상적 성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감염위험이 있는 바이러스로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린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HPV는 감염된 이후에도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감염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전염이 가능하다. 가장 흔한 전파 경로는 성관계를 통한 것으로, 약 10~15%의 HPV는 성관계 이외의 경로(손, 구강, 피부 접촉 등)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월경 및 임신 기간에 HPV에 노출될 경우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며, 만성질환으로 오랜 기간 면역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에서도 HPV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궁경부암은 ‘무증상’이 가장 큰 증상!
자궁경부암은 말 그대로 여성의 생식기관 중 하나인 자궁, 그 중에서도 자궁의 아랫부분이자 질과 연결된 자궁의 입구부분인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이다. 하루 아침에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쳐 서서히 진행된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는 소위 ‘무증상’이 가장 큰 증상이다. 암이 자궁경부의 상피 내에 존재하는 자궁상피내암(자궁경부암 0기라고도 함)은 물론 암이 자궁의 상피를 벗어난 자궁경부암 1기에도 증상이 거의 없다. 그러다가 암이 더욱 진행되어 자궁경부의 모양이 변화고 궤양이나 괴사가 시작되어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증상으로 대표적인 것이 질 출혈이다. 질 출혈은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으로 그 중에서도 대부분 성교 후에 볼 수 있는 소위 접촉성 질 출혈이 가장 많다.
자궁경부암의 진단과 치료, 예방까지!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의 진단을 위해서는 자궁경부 세포 검사 또는 ‘팹 스미어(Pap smear)’ 검사로도 불리는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와 병행하여 HPV 검사를 받으면 된다. 무증상으로 HPV 감염만 있을 수도 있지만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이형성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반드시 병행할 것을 권한다.
만약 고등급의 자궁경부 이형성증이 발견된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정밀검사 시행 후 치료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아직까지 HPV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으며, 치료를 요하는 경우 대부분 병변 부분의 부분절제(원추 절제술)를 하게 되는데, 완치 성적은 95% 이상으로 우수한 편이다. HPV 감염 및 관련 질환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아직까지는 HPV 예방 백신에 의한 1차 예방이라 할 수 있겠다.
침윤성 자궁경부암에서 사용되는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항암-방사선 동시요법이 있다. 이 중 주된 치료방법은 수술로 가능한 경우라면 수술을 시행하지만 암이 너무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고령인 경우, 수술을 견디기 힘든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는 방사선 치료법이 우선적으로 선택된다. 즉, 병기와 환자의 건강상태 및 연령 등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 발생의 약 70%를 차지하는 HPV 16,18형에 대한 면역을 제공하여 자궁경부암 및 관련 질환을 예방하게 된다. 현재 9세 이상 청소년기 및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HPV 16,18 형에 대한 면역을 제공하는 ‘2가 백신’과 이와 함께 성기 사마귀의 원인이 되는 HPV 6,11형에 대한 면역을 같이 제공하는 ‘4가 백신’ 두 종류이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경우 이미 발생한 HPV 감염 및 자궁경부의 이상에 대한 치료 효과는 없으며,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마친 여성이라도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를 시행할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