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10

“‘내인성 스트레스성 천식’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병원 에서 '내인성 스트레스성 천식' 이라는 진단을 받은 한 중년의 신사가 우리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와 내게 하소연 하였다.

다시말해 ‘내인성(內因性)’이면 자기 자신 안에 원인이 있다는 뜻이고 , 그러면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천식이 생겼다는건데 자신은 그렇게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확인 해본 결과, ‘스트레스성 천식’이 아닌 ‘내인성 천식’이라고 하였고,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설명을 하자 그제서야 이해를 하고는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그럼‘내인성 천식’이 뭘까? ‘외인성 천식’이라는 것도 있을까?

‘알레르기 = 외부 물질에 대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라고 하였다. ‘외인성’이라 함은 원인이 밖에 있다는 즉, ‘알레르기에 의한’ 천식이란 뜻이다. 이런 천식을 알레르기 천식, 아토피 천식이라고도 이야기한다.

내인성 천식이라는 것은 ‘외인성 천식’의 반대말의 개념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그럼 어떻게 알레르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두 가지 병은 다른 병일까?

우선 알레르기 여부는 ‘피부반응시험’ 등의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피부반응시험은 피부에 알레르겐(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올려 놓고 바늘로 살짝(피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찌른 후 두드러기가 생기는지를 관찰하는 검사로 알레르기 원인을 밝혀내는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그 외에 피검사를 통해 알레르겐을 검사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두드러기가 하나라도 발생하게 되면 그 사람은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사람이고 학문적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아토피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아토피’는 ‘아토피피부염’의 줄임말이 아니다.) 그러니 쉽게 생각하면 피부반응검사가 양성이면서 천식이 있으면 외인성 천식, 음성이면 내인성 천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내인성 천식의 특징은 40대 이후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또, 좀 더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기도 조직을 떼서 보면 알레르기 천식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 두 가지 병은 같은 병일까? 그것에 대한 답은 그렇게 쉽지 않다. ‘내인성 천식’이라는 병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이견이 분분했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는 피부반응검사는 ‘흔한’알레르겐을 50 여종 혹은 많으면 100 여종 정도까지 검사하는데 흔하지 않은 혹은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흔한 알레르겐이 분명히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자면 예전 은사님들께서 밝혀내셨던 ‘귤응애’가 대표적이다. ‘귤응애’는 귤농장에서 일하거나 귤농장 근처에 사는 분들의 천식 원인으로 전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2000년대 초반에 발견된 알레르겐이었는데, 아마 그 환자들은 귤응애가 알레르기 원인으로 지목받기 전까지는 ‘내인성 천식’으로 분류되는 환자들이었을 것이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우리 몸을 우리 몸이 스스로 공격해서 염증을 만드는 ‘자가면역’에 의한 가설도 있다. 즉, 알레르기는 무해한 외부 물질을 우리 면역 시스템이 적으로 판단하고 공격해서 생기는 것인데 비슷한 일이 내부 물질에 대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편 최근에는 ‘국소 알레르기’라는 개념도 있는데 이 개념을 쉽게 이야기하면 ‘피부는 피부, 코는 코, 기도는 기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피부 반응에서는 분명히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반응이 없었는데 기도에 집먼지진드기를 흡입시키면 천식이 생기고 가래를 분석해보면 집먼지진드기에 예민한 성분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복잡하지만 사실 ‘내인성 천식’이라는 말을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내인성/외인성의 분류보다는 천식이 발병한 나이, 기관지에 발생한 염증의 특징, 비만 여부 등등의 특징을 가지고 천식을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연구자 그룹에 따라 천식을 다섯 가지에서 많게는 일곱, 여덟 가지로 나누려는 시도가 있다.

왜 이렇게 자꾸 천식을 여러 종류로 나누려고 할까?

‘관절염’의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누구나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관절에 염증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기에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모두 ‘관절염’이라는 진단으로 치료를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한 결과 관절에 있는 염증이라고 다 같은 원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많이 써서 생기는 관절염이고 어떤 경우에는 자가면역에 의한 관절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자는 ‘퇴행성 관절염’ 후자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분류해서 서로 다른 치료법을 적용하게 되었고 덕분에 관절염 환자들은 이전에 비해 훨씬 좋은 치료를 받게 되었다.

천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간의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 조절되지 않는 천식 환자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서로 다른 질병을 아직은 우리가 구분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성인이 되어 발생하는 천식의 경우 아주 어릴 때부터 생기는 천식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최근 국제적인 천식 연구의 큰 흐름 중 하나가 성인 천식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분류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여기에 발맞추어 전국의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천식 환자 코호트(연구 대상 집단)를 만들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천식의 분류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어 보다 더 많은 천식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민석 교수의 '알레르기 질환'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석사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및 내과 레지던트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알레르기 내과 전임의 수료
현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진료조교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소개 및 알레르기 원인 물질의 관리 등의 내용을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