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9

최근 내 진료실을 찾아온 A씨는 33세 남성이다. 내원 당시 얼굴이 매우 붉었고 부어 있었으며 반소매 셔츠 소매 밑에 드러난 팔도 붉었고 긁어서 난 상처가 많이 있었다. A씨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어서 소아청소년과, 피부과, 한의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약의 부작용을 걱정해서 최근에는 치료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병원에서 시행하는 혈액 정화 치료가 아토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알고자 내원했다.

A씨는 의사인 나와 눈을 잘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고, 등이나 기타 부위도 “얼굴이나 팔에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보여 주지 않으려고 하는 등, 의사나 약에 대한 불신이 꽤 강한 듯했다. 아토피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A씨의 공감을 얻는 것이 성공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아토피는 일종의 면역질환이다. 내 몸에서 생긴 면역물질이 주로 피부를 공격해서 증상이 발생한다. 아토피 환자에서 천식이 자주 발생하고, 천식 환자 중에서 어릴 때 아토피의 병력이 있는 환자가 많은 것도 천식과 아토피가 같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면역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아토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 물질을 찾아서 그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A씨에게도 원인 물질 규명을 위한 혈액 검사를 시행하였다. 흔히 쓰는 알레르기 혈액 검사는 현재에 발생한 급성 반응을 검사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알레르기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최근에 이런 잠재적인 알레르기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지만 비용이 꽤 비싸다. A씨는 망설임없이 이 검사를 선택했다.

A씨는 전신에 아토피 피부 질환이 심하고 가려워서 정신집중이나 수면이 방해를 받고 있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현재의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고(高)용량의 부신피질 호르몬을 1회 주사하였고, 소용량의 경구용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였다. 과도하게 반응하는 면역 세포를 억제하고 정상 면역기능을 유도하기 위하여 광선치료를 시도하였다. 첫 번째 치료 2주 후에 내원한 A씨는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면서 치료에 신뢰감을 보였다. 특히 알레르기 원인물질 검사에서 다양한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확인된 알레르기 물질을 포함하는 음식을 피하는 식이요법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A씨는 혈액 정화요법에 관심을 두고 치료를 원하였다. 혈액 정화요법은 혈액 안에 과도하게 쌓여 있는 면역물질을 제거해서 증상의 완화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심한 부신피질호르몬제의 사용을 중단하거나 치료 용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환자에게 치료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장단점을 이해한 후에 시행했다. 혈액정화요법을 한 후 피부의 발진이 거의 사라졌고, 현재 최소량의 경구용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다. A씨는 알레르기 원인물질 검사에서 확인한 결과를 토대로 한 식이요법을 계속하고 있다.

아토피는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운 증상이 계속되는 질환으로 치료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약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발현하기를 반복하는 질환이다. 과거에 “태열”로 알려진 질환과 같은 질환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는 3-4세가 되면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오늘날에는 사춘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증상이 심한 사람들이 많다. 음식, 집 먼지, 진드기 등 알려진 원인도 많고, 대부분 환자에서 A씨와 같이 다양한 음식과 환경 물질에 복합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원인물질에 대한 노출을 근본적으로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A씨와 같이 심한 증상이 발생하면 원인 물질을 제거해도 이미 발생한 심한 과민반응 때문에 증상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한다. 따라서 조기 치료하고 증상이 악화하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서 면역반응을 억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급성기에는 강하게 치료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최소한의 치료 용량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간 합병증과 약에 의한 부작용을 막는데 가장 좋다.

아토피를 내버려 두면 전신의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가렵고 흉터가 생길 뿐만 아니라 가려움증에 때문에 불안, 정신집중 장애 등 신경증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또 A씨의 경우와 같은 대인기피증 내지는 자신감 부족도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 소아 시기인 질병 발생 초기부터 적절하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아토피 치료제인 부신피질 호르몬에 대한 부작용이 과장되게 알려져 있어서 성인 환자와 소아 환자의 부모들이 치료를 피하는 현상이 있어서 안타깝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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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맑아야 건강합니다.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대표원장

1983 이화여자대학 의과대학 졸업: 의학사
1986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 의학석사
1995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대학원 졸업 : 의학박사
순천향대학 의과대학 신장내과 교수 역임
박스터 아시아태평양 의학고문 역임
박민선내과 원장 역임
현 더맑은 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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