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7-11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 생명이 싹이 트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는데 어느덧 1년의 반이 지나왔다. 새롭게 태어난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왕성하게 살아 숨쉬며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열정이 넘치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올수록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것은 장마와 무더위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장시간 연속 강우량을 기록했던 이번 장마는 꿉꿉하고 후텁지근한 날씨를 만들어 우리의 불쾌지수를 서서히 높이고 있다. 장마도 장마지만 이 장마철이 지나가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다가올 것이다. 여름철 수면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짚어보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알아보자.
무더운 여름철, 수면의 방해요인
수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던 것이 있다. 수면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리해야만 하는 우리 신체상의 변화양상이다. 여름에는 계절의 특성상 일조시간변화 및 온도변화에 따른 체내 멜라토닌 형성 관리가 잠에 들지 못하는 우리의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낮이 상대적으로 길어지게 된다. 멜라토닌을 형성하는데 있어 태양빛을 많이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빛이 눈을 자극할 수록 멜라토닌을 분비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음이 차라리 모자람보다 못한 것처럼 태양빛에 너무 오래 노출되는 것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 눈이 빛에 노출되는 시간과 멜라토닌의 분비 시작 사이에는 카운트 다운이 존재한다. 빛에 마지막으로 노출되는 시간부터 멜라토닌 분비의 준비가 시작 되고 수면 이후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멜라토닌이 분비가 된다. 일반적인 수면습관으로 보면 보통 새벽 3시 경에 멜라토닌이 왕성하게 분비가 된다. 낮이 길어진 만큼 멜라토닌 분비 준비 시작이 늦어지게 되면서 멜라토닌 분비가 왕성해지는 즉, 숙면에 돌입하는 시기가 자연스럽게 늦게되는 것이다. 이는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를 사용하여 눈이 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쉽게 수면에 들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열대야 발생하면, 체온이 올라가고 멜라토닌 분비 억제
여름에는 밤 기온이 30도씨가 넘어가는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 수가 있다. 열대야가 발생하면 평소와는 다르게 체온이 잘 내려가지 않아 멜라토닌 분비에 악영향을 준다. 여름철 밤에 시원한 곳을 찾아 한강변으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수면욕구를 충족하려고 몸의 체온을 낮추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인 것이다. 날씨라는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파생된 간접적인 요인도 우리의 수면을 방해한다. 이런 날씨에는 불쾌지수가 매우 높아지게 되는데,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맥박과 혈압에 변화가 오고 산소확보를 위해 호흡이 빨라지게 된다. 게다가 감각기관들이 예민해지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떠오르는데, 이런 일련의 결과들이 체온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체온이 올라감에 따라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숙면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술기운에 잠들면 오히려 숙면에 방해
잠들지 못하는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하지만, 잘못된 방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사람들이 더위에 잠 못 이루고 강가로 나와 시간을 보내거나 찬물로 샤워를 하는 등의 시도는 어쩌면 체온을 낮추고 수면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강가에 나온 사람들은 ‘더 효과적’으로 더위를 가시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대표적인 것은 시원한 맥주 한잔일 것이다. 게다가 술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안주들이 따라 나올 것이다. 맥주로 속을 식히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잠에 들 수 있을까? 술은 진정성분이 들어있는 알코올 때문에 수면에 들기는 쉽지만, 첫 두 시간이지나 술 기운이 떨어질 때가 되면 진정효과가 줄어들면서 수면이 오히려 방해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포만감을 느끼면 잠이 더 빨리 들 거라는 생각에 안주 등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나 수면에 도움을 주는 채소류들도 너무 과다하게 섭취하면 소화가 어려워 깊은 수면을 이룰 수 없는데 다른 음식들은 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야외에 나가더라도 주류나 전분류 등을 섭취하기 보다는 시원한 과일이나 채소를 소량으로 먹는 것을 권장한다.
여름철 수면에는 더운물 샤워가 좋고, 심야극장이나 한강시민공원 나들이는 나빠
한편, 몸을 차게 하기 위해 찬물로 샤워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찬물로 샤워를 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겉의 피부온도는 차가워져 체내온도가 떨어진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기존에 체내에 있던 열이 오히려 분사가 되지 않아 체온이 더 쌓이는 결과를 일으켜 2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더운물로 샤워하는 오히려 좋다. 따라서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수면에는 도움이 된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할 경우 혈관이 확장되어서 피부를 통해서 열이 바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수면에 들기위한 직접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에 들기 좋은 환경은 실내온도 26도 이하, 습도 60%일 때가 적당하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젖은 수건을 에어컨 위에 걸어놓는 등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코 점막이 메마르면 점막•점액•섬모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바이러스 침투가 쉬워져 코감기•비염•축농증을 일으킨다.
다만, 신체에 직접적인 자극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되 선풍기로 간접풍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한 계절과일을 잘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수면에 들기 한, 두 시간 전부터 주변을 인위적으로 어둡게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끝으로, 열대야를 피하기위해 '심야에 극장가기', '마트장보기', '한강시민공원가기'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외부로부터 자극은 오히려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에 외부자극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겠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
한진규원장의 올바른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