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불가사리 관찰 중 식세포 발견
식세포를 최초로 발견해 면역학의 기초를 확립하는데 공헌한 메치니코프는 1845년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의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크라코프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그는 강의에는 거의 나가지 않다가 시험 날에만 나타나 언제나 최고 점수를 받는 전설적인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의 건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두통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던 그는 24세 때 자신을 간호해주던 아가씨와 결혼하는데, 심한 폐결핵을 앓고 있던 신부는 결혼식을 의자에 앉아서 진행해야 할 정도로 쇠약한 상태였다. 얼마 후 그녀가 죽자 메치니코프는 슬픔에 겨워 모르핀으로 자살을 기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두 번째로 자살을 기도한 것은 좌익 사상가로 몰려 오데사 대학의 강사직을 잃었을 때였다. 이번에도 자살에 실패한 그는 새로 결혼한 젊은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로 떠났다.

시실리에서 해양생물학 연구에 빠져있던 어느 날, 메치니코프는 장미 가시가 꽂힌 불가사리를 관찰하다 아메바처럼 생긴 세포들이 가시 끝에 모여 붙는 현상을 발견했다. 사람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추측한 그는 곧 식세포에 의한 세균 탐식설을 정립, 의학계에 보고했다.

이 발견으로 유명인사가 된 메치니코프는 오데사로 금의환향했다. 시민들은 모금운동을 벌여 그에게 연구소를 지어주었다. 그러나 메치니코프가 백혈구나 식세포의 기능을 강화시켜 러시아의 모든 전염병을 없애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기대는 빗나갔다. 그가 만든 탄저병 예방 백신을 맞은 가축 수만 마리가 죽는 사건이 터졌던 것이다. 메치니코프는 또 다시 도망치듯 러시아를 떠나야 했다.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보낸 그의 말년은 행복했다. 60세가 넘어 결혼한 세 번째 처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고, 그 자신은 1908년에 식세포에 의한 세포 면역설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즈음 메치니코프는 오래 살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100세가 넘도록 장수하는 불가리아인들이 평소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를 많이 마신다는 사실에 착안하고 유산균 연구에 몰두했다. 유산균이 해로운 장내 세균을 없애서 노화의 원인인 동맥경화가 생기지 않게 한다는 것이 약간 비약이 있지만 일리도 있는 그의 가설이었다.

장수를 위해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스’ 배양액을 하루에 서너 번씩 마셨다는 메치니코프는 1916년 71세로 사망했다.

이재담 교수·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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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의학사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 박사
미국 하버드 대학 과학사학교실 방문교수
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