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9-26

밤줍기? 밤따기? 밤폭탄?

 

가을이면 응급실이 바빠지는 이유 중 한가지가 '밤' 때문이다.

군대 시절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지역이 '밤골'이라, 가을이면 밤을 따느라 모두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산이 온통 밤나무라 떨어져 있는 밤 송이를 군화발로 밟기만 하면, 몇 망 가득 밤을 주울 수 있었다. 하지만, 키운 밤이 아니라 그런지 아주 자잘하고 맛은 없는 밤이라서, 삶아도 구워도 다 처치하기가 곤란해지곤 했다.

당시에도 간혹 밤나무에 올라가서 '밤을 터는' 용감한 군인들이 있었는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쓰고 털기도 했다.

몇년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밤따기 체험 행사를 갔다.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는 밤골이라는 곳에 있었는데...."하는 이야기를 하며 새벽에 차를 타고 출발~ 밤따기 체험행사는 밤 농장에서 가을마다 하는 행사인데, 우리 가족은 아이가 많은 관계로 개인적으로 갔었다. 나름 새벽에 출발했으나, 도착해보니 관광버스가 벌써 여러 대가 서 있었다.

이미 수십명의 인파가 밤을 줍고 지나가서, 밤 농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바닥에는 밤이 들어있는 밤송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산을 타고, 계곡을 따라 가 보았지만, 자루의 1/10도 채우기 힘든 상황.

주변의 용감한 아저씨들이 밤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떨어지는 밤 폭탄!

 

밤 폭탄을 이리저리 피하며 밤을 줍기는 했지만, 사실 아주 위험한 체험이었다.

 

밤이 떨어지는지

나무 위를 보면 더욱 위험

밤가시에 눈을 찔리면 위치에 따라서는 괜찮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당히 깊은 상처이기 때문에 상태가 나쁠 수 있다. 각막에 생긴 상처는 라섹 수술 후에 착용하는 것과 같은 치료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함으로써 빠른 치유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정체나 더 깊은 곳까지 밤가시가 박혔을 경우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즐거운 가을날의 추억이 실명에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뭇잎, 풀잎도 조심!

벌초를 하러 가서 나뭇잎이나 풀 등에 눈을 베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이런 경우도 안약만 사용하면,눈이 많이 시리고 아플 뿐 아니라, 눈물이 줄줄 나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기 쉬운데, 치료용 콘택트렌즈로 착용하면 빠르고 흉터없는 회복을 할 수 있다. 요새 개발된 치료용 콘택트렌즈는 매우 질감이 뛰어나서, 라섹 수술 후 통증을 없애는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글을 쓰고 밤을 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챙이 넓은 모자라도 쓰고, 절대 밤나무에 올라가서 밤을 털지는 말아야한다. 털어낸 밤은 대부분 익지 않아서 먹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나무가지에도 상처를 주는 일이다.

밤을 많이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즐거운 하루의 추억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가을날을 즐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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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의 눈이야기

[이안안과]
임찬영 대표원장

이안안과 대표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세브란스병원 각막&시력교정 분야 연구강사
동경 이치가와병원 각막센터 연수
Duke University Eye Center 연수
건국대학교 병원 안과 교수, 각막&시력교정 분야

이안안과 대표원장이 전하는 눈질환에 관한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