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27

모든 약에는 우리 몸을 돕는 기능과 함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공존한다.
대부분의 약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지만, 치과 수술처럼 출혈이나 뼈 회복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그 부작용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치과의사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복용 중인 약이 있으신가요?”다. “혈압약만 먹어요” “비타민 정도예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질문에는 수술의 안전을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복용 중인 약이 수술의 경과와 회복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약의 종류에 따라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턱뼈가 손상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약이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제이다. 아스피린, 플라빅스, 와파린 등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약들은 피가 잘 응고되지 않게 만들어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출혈이 길어질 수 있다. 다만 아스피린 단독 복용의 경우, 출혈이 있더라도 지혈만 잘하면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플라빅스, 와파린, 엘리퀴스, 자렐토와 같은 다른 항응고제들은 출혈 위험이 훨씬 커서, 내과 주치의의 진단에 따라 약을 일시 중단하거나 복용 시기를 조정한 후 치과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약을 혼자서 끊지 않고 반드시 치과의사와 내과의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골다공증 치료제도 주의가 필요하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포사맥스, 본비바 등)나 데노수맙(프롤리아 등)은 뼈의 대사를 억제해 골다공증을 예방하지만, 턱뼈의 회복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발치나 임플란트를 하면 턱뼈가 아물지 않거나 괴사하는 ‘약물 관련 턱뼈괴사증’이 발생할 수 있다. 복용 기간과 마지막 투약 시점, 약의 종류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므로 반드시 치과의사에게 알려야 하며, 경우에 따라 수술 시기나 치료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당뇨약과 스테로이드도 마찬가지다. 최근 많이 쓰이는 SGLT2 억제제 계열(자디앙, 포시가, 슈글렛 등)은 수술 후 상처 회복이 늦어지거나 감염이 잘 생길 수 있다. 혈당 조절이 불안정하면 임플란트의 초기 고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 전 혈당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류머티즘, 천식, 아토피 등의 질환으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 중인 환자도 면역력이 떨어져 염증이 잘 생기고 상처가 늦게 낫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내과와 협진을 통해 약 복용 시기와 수술 계획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도 신중해야 한다. 항암제는 세포 재생을 억제해 상처 회복이 느려지고 감염 위험이 커진다. 가능하다면 항암치료가 안정기에 접어든 뒤 치과와 내과가 협의해 안전한 시점에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어르신들은 여러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다 보니 정확히 어떤 약을 복용 중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병원 처방이력 통합조회 서비스(DUR 시스템)’를 통해 최근 처방받은 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병·의원과 약국에서 DUR 조회를 통해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의료진이 보다 안전하게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치과 발치나 수술 전에는 복용 중인 모든 약을 솔직히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약을 끊거나 계속 복용할지는 치과와 내과가 함께 판단해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약 하나라도 의료진이 알고 있으면 대처가 가능하지만 숨겨진 약은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만들 수 있다.
모든 약은 도움과 부작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고 성공적인 치료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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