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02

<혜안서울안과의원 이주용 대표원장>

눈은 사람의 오감을 구성하는 기관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가진 부위다. 그 안에는 외부의 빛을 감지하고 이를 시각 정보로 변환해 뇌로 전달하는 여러 조직이 협업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망막이라는 신경조직이 있다.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서 빛을 수용하고 뇌로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고 인식하는 기능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이처럼 중요한 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바로 망막박리다. 망막이 안구 벽에서 이탈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시각 정보 전달이 차단된다. 문제는 이 질환이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병의 진행을 인지하지 못한 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시력 손상이 회복이 어려운 단계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망막 손상이 심해지면 결국 실명에 이를 위험도 존재한다.

망막박리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는 노화다. 나이가 들면 눈 속 유리체가 수축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리체가 망막을 잡아당기면서 구멍이 생기거나 찢어지기 쉽다. 이 외에도 고도근시, 당뇨망막병증, 안구 외상, 가족력 등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고도근시가 있는 경우 안구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망막이 얇아지고 약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망막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격렬한 운동이나 눈 주변에 가해진 외상도 망막박리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에 망막박리를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비문증과 광시증이 있다. 비문증은 마치 눈앞에 먼지나 실오라기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고, 광시증은 번쩍이는 빛이 보이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평소에도 자주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방심하기 쉬우나, 이전과는 다른 강도나 빈도로 느껴질 경우에는 조속한 검사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증상은 시야장애다. 시야의 일부가 그림자처럼 가려지거나, 한쪽이 커튼이 내려온 것처럼 어두워진다면 이미 망막이 들떠 있거나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중심 시야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망막박리는 발생 원인과 진행 양상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며, 이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대표적으로는 열공성, 견인성, 삼출성 망막박리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열공성 망막박리는 망막에 작은 구멍이 생기고 그 틈으로 변성으로 인해 액화된 유리체가 스며들면서 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지는 경우다. 가장 흔한 형태로, 고도근시나 노화로 인한 유리체 수축이 주요 원인이다. 견인성 망막박리는 망막 위로 자란 섬유조직이나 신생혈관이 망막을 물리적으로 잡아당기면서 발생한다. 주로 당뇨망막병증에서 흔히 나타난다. 삼출성 망막박리는 염증이나 혈관 질환으로 인해 망막 아래에 액체가 고이면서 점차 들뜨는 형태다. 이처럼 유형에 따라 수술 시기와 방식, 회복 경과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망막박리의 치료법은 그 발생 원인과 진행 양상에 따라 다양하다. 비교적 초기 단계이거나 망막에 작은 열공만 발생한 경우에는 레이저 광응고술이 시행될 수 있다. 이는 망막의 찢어진 부위 주변을 레이저 치료를 통해 유착을 유도함으로써 박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방법이다.

반면, 망막이 이미 넓게 떨어졌거나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유리체절제술은 대표적인 수술법으로, 손상된 유리체를 제거하고 망막을 눌러 붙일 수 있도록 안구 내에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박리 부위가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경우에는 안구 바깥쪽에 실리콘 밴드를 덧대어 망막을 밀착시키는 공막돌융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망막박리는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응급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만 이루어진다면 망막 박리로 인한 시기능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망막 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40세 이상이거나 고도근시, 당뇨병, 고혈압,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며, 연 1회 이상 정밀 검진을 권장한다. 

나아가 눈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상이 느껴졌다면, 단순 피로감으로 넘기기보다는 바로 안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통해 진단받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시력의 회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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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건강의 중심: 망막 건강 지키기

[혜안서울안과의원]
이주용 대표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9)

[경력]
서울아산병원 안과 임상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2007-2024)
서울아산병원 안과 과장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 연구소장
서울아산병원 커뮤니케이션실 부실장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의학과장

[연수]
미국 Duke Eye Center 방문교수

[학회 및 사회활동]
대한안과학회 전문의 고시 출제위원
한국망막학회 홍보이사, 부총무이사
한국포도막학회 기획이사
The Retina Society 정회원
American Societyof Retina Specialists 정회원

시력의 중심인 망막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리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망막 질환의 예방과 관리법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