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21
잇몸에서 피나 고름이 나고 부었을 때 또는 치과에서 잇몸치료를 했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약을 처방받는다. 이때 받은 처방전 속에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은 90%가 넘는다. 그런데 과연 그 처방이 적정할까? 그 약을 꼭 먹어야 할까?
이런 이유로 나는 잇몸염증이나 발치 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을 매우 자제하고 있으며, 치과 전체적으로도 자제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다. 나의 경우 진료실에서 잇몸염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입안 전체 해당 부위를 깨끗이 소독하고 통증과 염증을 경감하기 위한 진통소염제 정도를 하루 이틀 처방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아무 문제 없이 진료를 2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다만, 임플란트 수술을 하거나 골 이식술을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항생제를 처방한다. 임플란트나 골이식재처럼 외부물질이 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들어갈 때 입속세균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이때에는 항생제를 처방한다. 여러 통계 문헌에서도 임플란트 수술 후 항생제를 먹지 않으면 임플란트 주위에 염증이 생겨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한다. (Roca-Millan, Estrugo-Devesa et al. 2021)
임플란트 수술 후 항생제 처방하는 것을 최소로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우선 수술 전·후의 구강위생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진지발리스나 푸소박테리움 같은 구강유해균은 임플란트 수술 후 염증이나 임플란트 주위 뼈가 소실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Hashimoto, Okada et al. 2022)
또 하나, 잇몸염증을 시중에 판매하는 이*탄, 인*돌 같은 잇몸약들로 버티는 분들이 있는데 이 역시 금물이다. 잇몸염증의 원인은 앞에서도 서술했듯 입속세균 즉, 구강유해균들이다. 먼저 그것들을 화학적, 물리적으로 제거해 세균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고 약이나 영양제, 나아가 진통소염제나 항생제로 버티는 것은 약의 내성과 약물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치과에서 잇몸염증이나 발치 후 항생제 처방은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통계를 바탕으로 2002~2018년까지 치과에서 항생제 처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Choi and Lee 2021)
발치 후 발행된 치과 처방전에서 항생제가 포함된 경우는 90.7% 이다. 항생제 처방량 역시 2002년에 비해 2018년에 50%가량 늘었다. 항생제 종류 역시 광범위 항생제 처방이 늘었다.
그럼 항생제 처방이 얼마나 적정할까? 항생제 처방된 상황을 직접 볼 수 없고, 처방에 대해서는 진료하는 의사의 고유권한이라, 그 적정성을 완전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황적으로 보자면 적정하지 않을 경우가 매우 높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모든 항생제 처방을 볼 때, 50% 정도의 항생제가 불필요하게 처방된다고 평가된다. 치과에서의 항생제 처방 역시 높게는 90% 정도까지 적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Kim, Oh et al. 2018)
나의 경우, 임플란트 수술 후 항생제 처방 시 광범위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고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를 처방한다. 광범위 항생제는 항생제 내성을 불러올 수 있으나 아목시실린 정도의 항생제로도 구강 내 세균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 문제가 없다.
늦깎이 박사학위 논문을 원내 의사들 교육을 통해 우리 병원에서의 항생제 처방을 50%가량 줄인 경험을 토대로 썼었다. (Kim, Oh et al. 2018) 이런 경험을 통해 보면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이 외 다른 경험에서도 치과의사들이 항생제 처방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항생제 처방이 줄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항생제 처방문제는 참 쉽지 않다. 항생제는 감기 예방이나 염증 예방을 목적으로 쓰는 약이 아니다. 설령 염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쓰는 약 또한 아니다. 항생제는 염증이 대폭 커져서 내 생명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쓰여야 하는 약이다. 물론 그 판단이 참 어렵긴 하다. 의사는 수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환자도 스스로의 면역을 믿어야 하고, 의사-환자 간의 신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 몸이 내 몸과 함께 서식하는 미생물과 동반자, 즉 통생명체(.holobiont) 라고 생각한다면 미생물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할 것은 분명하다.
늘 같은 곳. 건강의 시작, 입속세균관리, 건강의 기본 잘 먹고 잘 싸기이다. 약은 꼭 필요할 때만 최소로, 모든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구강면역 장면역을 위해 복용해야 한다. 구강에 오래 머물게 하는 기본적인 습관과 생각을 언제나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구강건강관리 및 치과질환 예방을 위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구강 미생물이 구강건강 및 전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