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머리를 세게 부딪혔어요. 병원에 꼭 가야하나요?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신경계 질환
“우리 애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혔어요. 점점 토를 심하게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끔 응급실에 전화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런 경우 먼저 ‘놀라지 마시라’ 안심시키고 ‘병원을 방문하면 살펴보고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경우 병원 방문이 꼭 필요할까? ‘머리 외상’의 종류와 ‘두통과 구토’ 특징적인 증상들을 알고 있다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머리 외상
‘머리뼈골절(skull fracture)’은 머리 쪽 외상에 동반되는 현상으로 X-ray에서 가는 선으로 나타나는 선상골절(linear fracture), 골절된 뼛조각이 뇌 조직을 누르는 함몰골절(depression fracture) 그리고 머리의 기저부를 따라 골절되어 뇌척수액(CSF)이 귀나 코로 흘러나오거나 뇌 신경 손상 증상이 동반되는 기저부 골절(basilar skull fracture)이 있다. 이들은 모두 외부환경과 뇌 조직의 교통이 있어 감염 가능성이 높다.
‘뇌진탕/뇌좌상(cerebral concussion/contusion)’은 외부에서 오는 물리적 충격으로 발생하는 기능장애이다. 뇌진탕은 기질적 손상이 없다. 일시적인 의식과 반사가 없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상태로 금방 회복된다. 반면에, 뇌좌상은 기질적 손상과 여러 군데의 점상 출혈과 멍든 곳이 발견된다. 오랫동안 무의식 상태를 초래할 수 있고 심하면 뇌내출혈과 뇌 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경질막바깥혈종(epidural hematoma, EDH)’은 경막과 머리뼈를 분리하는 잠재적인 공간에 외상과 질환에 의한 출혈과 혈종이 생기는 것이다. CT에서 ‘볼록렌즈 모양’으로 나타난다. EDH는 동맥 출혈이므로 외과적 응급상황이다. 손상 직후 의식소실이 있다가 의식 명료기를 거친 후 다시 혼수에 빠질 수 있다. 수술이나 시술이 없으면 두개강내압 상승으로 사망할 수 있다.
‘경질막밑혈종(subdural hematoma, SDH)’은 거미막과 그 위를 덮고 있는 경막 사이의 잠재적 공간에 외상과 질환에 의한 출혈과 혈종이 생기는 것이다. CT에서 ‘초승달 모양’으로 나타난다. SDH는 연결 정맥(bridging vein) 밑 뇌 표면의 소정맥 파열로 발생한다. 부딪힌 부위 혹은 그 반대쪽에 나타날 수도 있다. 영아기에는 연결 정맥의 벽이 얇아서 특히 SDH에 취약하다.
‘뇌 외상 후유증(sequelae of brain trauma)’은 뇌 외상 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나타날 수 있는 광범위한 신경학적 증상들이다. 거미막밑공간 내의 출혈로 뇌척수액 재흡수 장애가 생기면 외상 후 수두증(post-traumatic hydrocephalus)이 발생할 수 있다. 권투 선수 치매라고 불리는 만성 외상 후 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머리 외상 후에 발생하는 치매성 질환이다. 또한, 외상 후 간질, 수막종, 감염질환과 정신질환 등이 포함된다.
머리를 세게 부딪히면 환자는 우선 부딪힌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다. 구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혹(혈종)도 생길 수 있다. 골절과 뇌출혈에 의한 ‘의식변화와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 없다면,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증상들은 서서히 줄어들다가 없어진다.
외상에 의한 증상 중 ‘두통과 구토의 양상’이 특히 중요하다. 두통의 정도와 간격이 점점 커지고 짧아지는 경우 그리고 뇌압 상승에 따른 구토가 점점 심해진다면 꼭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외상 후 촬영한 CT에서 출혈이 없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소량의 출혈은 CT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출혈이 쌓이면 두통과 구토가 지속되고 심해진다. 며칠 지난 후 재검사에서 뇌출혈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