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교통사고 나면 왜 ‘뒷목’ 잡고 내릴까?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근골격계 질환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뒷목을 잡고 내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왜 다들 이런 장면을 연출할까? ‘경추(목) 주변의 근육’, 경추 염좌의 ‘검사와 치료 과정’을 알면, 뒷목을 잡고 내리는 이유와 교통사고 후 주의할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추 주변의 근육
목과 등 주변의 근육은 깊이에 따라 얕은 근육, 깊은 근육으로 구분할 수 있고,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얕은 등 근육(superficial back m.)’은 대부분 척주 주위에서 시작하여 어깨뼈, 빗장뼈, 위팔뼈에 붙고 주로 팔 운동에 관여한다. 대표적으로 등세모근(trapezius)은 목과 등의 표면을 덮는 아주 큰 삼각형 모양의 근육으로 주로 어깨 운동에 관여한다. 어깨올림근(levetor scapula)은 목뼈부터 어깨뼈에 이르는 띠 모양의 근육으로 어깨를 위로 당기는 작용을 하고, 마름근(rhomboideus)은 어깨뼈를 위 안쪽으로 당기는 작용을 한다.
‘깊은 등 근육’ 중 하나인 척주세움근(erector spine m.)은 사람이 똑바로 서게 해준다. 양쪽 척주세움근이 동시에 수축하면 척추를 펴고, 한쪽만 수축하면 척추를 수축하는 방향으로 굽힘을 하게 된다. 가로돌기가시근육(transversospinalis m.)은 척추뼈 사이사이를 연결하여 안정시킨다. 깊은 층의 작은 근육들(Minor deep back muscles)은 척추의 움직임에 도움을 준다.
경추염좌 (c-spine sprain)
1. 교통사고 이후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x-ray’를 통해 골절과 경직 여부를 확인한다. (그림1) 심한 손상이 의심되면 입을 벌린 상태에서 찍는 ‘C-spine Odontoid (Open mouth)’를 촬영한다. 두 번째 경추의 한 부분인 치아돌기(Dens) 골절은 숨뇌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심하면 ‘CT’를 통해 골절을 확진할 수 있다. 만약, 목과 양쪽 팔의 신경학적인 증상과 움직임 제한(LOM)이 있는 경우라면 ‘MRI’를 통해 척수신경 손상을 빨리 확인해야 한다. 이런 영상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대증치료와 수술 등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교통사고 후 점점 심해지는 두통은 ‘뇌 CT(brain CT)’를 통해 뇌출혈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발생하는 흉통, 복통도 진료가 필요하다.
2.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본적인 혈액검사로 염증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근육 이완제와 진통제’를 통해 통증을 조절한다. RICE(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 치료 원칙에 기초해 목 보호대(cervical collar)를 착용시키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물리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3.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교통사고 후 너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내일 더 아플 수 있으니까, 꼭 입원시켜 주세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이 있다. 과연 내일 더 아플까? 하지만 목과 등 주변 근육이 서로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왜 이런 걱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사고를 당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세가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주변 근육들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증의 위치와 강도 변화로 “어깨도 아프고. 등도 아프다. 뒷목이 아프다”라며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불안해할 수도 있다. 가벼운 교통사고라도 불편함이 있다면 먼저 병원을 방문한다.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진통제, 근육 이완제, 물리치료는 분명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