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이야기
황반변성, 매년 10% 증가… 단순 노안 착각하다 실명 위험
SNU청안과의원
김태완 대표원장
최근 필자의 병원에 내원한 50대 남성은 최근 급격히 시력이 감퇴되는 것을 느끼다 갈수록 시야가 흐릿해지고 급기야는 사물의 형태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환자는 연령관련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황반은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이다. 시세포가 밀집되어 있어 중심시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노화에 의해 황반이 퇴화되면서 시력을 저하시킨다. 노화 이외에 황반변성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인자로는 유전 및 가족력, 흡연,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고지방-고열량 위주의 식습관 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1~2016년 건강보험을 분석한 결과, 황반변성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1년 9만1000명에서 2016년 14만6000명으로 61.2% 늘어났다고 한다. 매년 약 10%씩 꾸준히 증가된 셈이다.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고, 중심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단순한 노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황반변성의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고, 특히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 발병했을 때는, 반대 눈을 가리고 확인하지 않는 한 눈의 이상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질환이 더 진행되어 글자의 공백이 생기거나 중심 부분이 지워진 듯 보이게 되는데, 황반의 손상이 많은 경우에는 영구적인 시력저하를 가져온다.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심각한 시력저하를 막을 수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한 간단한 자가 검진 방법으로는 ‘암슬러’ 격자가 있다. ‘암슬러’ 격자가 없더라도 바둑판 모양의 무늬나 문틀, 창틀 등 주위의 물건을 이용하여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자가 검진 시에는 반드시 반대 눈을 가린 채 확인하여야 한다. 안과에 방문하는 경우 안저검사, 빛 간섭단층 촬영술,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황반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실명을 유발하는 것은 대부분 습성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전문의와 상의하여,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데, 금연과 함께 자외선을 피하고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해 꾸준히 관리하기를 추천한다.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눈에 항체주사를 맞아 혈관이 자라나거나 황반이 붓는 걸 막는데, 항체주사는 시력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눈은 인체 기관 중에서 노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곳이다. 노화로 인해 눈 건강이 나빠지면 심각한 손상을 받는 경우 회복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나빠지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눈이 침침하거나 흐릿하다면 노안이겠거니 방치하지 말고 바로 망막 전문의의 진료를 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