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삼 세 판? 세포는 딱 두 번만 참는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기본적인 세포의 구조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세 번만 참아라!”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참는 것으로 덕을 이루는 인위지덕(忍爲之德)의 가르침이다. 아쉽게도 ‘질병’에 있어서 인간의 세포는 ‘세포 적응’과 ‘가역적 세포 손상’, 딱 두 번만 참는다. 이 두 번의 기회를 놓치면 비가역적(irreversible) 손상인 ‘세포사(cell death : 괴사, 세포자멸사)’에 이르게 된다. 기본적인 세포 구조를 ’공장‘에 비유해보면,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세포 손상의 변화‘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포와 공장
’세포(cell)‘는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물체를 구성하는 구조적 단위이자 생명 현상을 영위하는 기능적 단위이다. 살아 있는 세포는 자가 증식, 운동, 물질대사와 같은 생명 활동의 기초가 된다. 비록 세포의 구조와 기능은 대단히 복잡하지만, 세포 구조(세포막, 세포질, 핵)를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라 한 번 가정해보자! 공장은 특정 제품을 생산한다. 낡은 공장은 폐쇄되기도 하고, 새로운 공장이 지어지기도 한다.
’세포막‘은 ‘공장의 벽’이다. 공장 벽(인지질층)에는 어떤 제품을 만드는 공장인지 알려주는 간판(당단백질)이 달려 있다. 공장 벽에는 문과 창(단백질)들이 있다. 세포막 역동성이라는 특별한 과정을 통해 문, 창, 공장 벽에서는 물질교환이 일어난다. 공장 벽은 옆 공장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포질’은 ‘제품 생산 공정’으로 세포 소기관들이 있다. 핵 주변에 있는 무과립 세포질 그물(sER)은 지방을, 과립 세포질 그물(rER)에 붙어 있는 리보솜(ribosome)은 단백질을 만든다. 골지체(Golgi complex)는 공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여러 가지 물질들을 저장, 분류하는 ‘창고’ 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공정에는 ATP(adenosine triphosphate)라는 에너지(돈, 전기)가 필요하다. ATP는 공장의 ‘발전소’인 사립체(mitochondria)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핵분열을 많이 해서 덩어리가 커지는 암의 경우, 암세포의 사립체 기능을 억제하고 파괴하는 항암치료도 개발되고 있다. 돈줄을 조이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 것과 같다.
‘핵’은 유전정보(DNA, RNA)를 가진 ‘정보 센터’이다. 세포의 대사를 조절하는 제어 센터로 제품과 공장의 설계도를 제공하고 제어하는 ‘조정실’이 된다.
세포 손상의 변화
광학현미경으로 본 ‘가역적 세포 손상’ 변화의 특징은 세포와 소기관들이 전체적으로 커져 있다는 것이다. 세포막은 농포를 형성한다. 세포질 그물에서 리보솜이 분리되고, 핵의 염색질은 뭉친다. 또한, 사립체는 크기와 밀도가 증가한다. 이러한 형태 변화로 인해 ATP 생성 감소, 세포막 변성, 단백질 합성 결함, 세포골격의 손상, DNA 변성 등이 나타난다. 다행히 손상을 일으키는 자극들이 사라지면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공장은 정상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나 불량품이 조금씩 섞여 있고, 공장 내부가 어수선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가역적 세포 손상’ 변화의 특징은 세포질 내의 RNA 소실과 단백질 변성이 생기는 것이다. 세포막과 세포 소기관의 ‘막 파열’이 나타나고, 손상된 세포막으로부터 수초모양(myelin figure)의 변성이 일어난다. 핵농축, 핵붕괴, 핵융해 과정의 ‘핵 변화’가 일어나면서 핵은 서서히 사라진다. 사립체의 변성과 결함도 확실하게 관찰된다. 공장 외부, 내부가 제품을 만들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파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포는 딱 ‘두 번’만 참는다. ‘세포 적응’과 ‘가역적 손상’은 자신의 ‘노력’을 통해 심각한 상황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다만 ‘비가역적인 세포 손상’ 단계에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다.
‘생활 습관 변화’ ‘조기 검진’ 등의 노력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