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메탄올이 눈에 치명적이라는데, 왜죠?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명순응과 암순응
‘인도에서 메탄올(methanol)로 만든 밀주를 마시고 100명 넘게 사망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접한 적 있을 것이다. 밀주뿐 아니라 워셔액, 고체연료, 심지어 일부 손 소독제 등에도 메탄올이 있다. 산업현장뿐 아니라 일상 중에서도 소량의 메탄올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시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선 메탄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메탄올은 메틸-알코올로 불리며 맛과 냄새, 성상 등이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과 비슷하고 값은 싸다. 하지만, 싼값에 치르는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 주로 고체연료, 부동액, 화학반응의 용매, 폐수 처리의 촉진제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메탄올은 인체 내에서 산화효소에 의해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와 포름산(formic acid)’으로 분해된다.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제로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고, 포름산은 세포 사립체의 에너지 대사(ATP)를 차단하여 인체에 독성을 나타낸다. 메탄올을 15㎖를 음용하면 실명할 수 있고, 60~240㎖를 섭취하면 사망할 수 있다.
메탄올은 어떤 기전으로 눈에 문제를 일으킬까? 눈의 ‘망막’과 빛에너지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광전환’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눈은 공(ball) 모양을 한 기관으로 가장 안쪽에 ‘망막(retina)’이라는 층이 있다. 망막은 눈의 뒤쪽 약 3분의 2에만 형성되어 있고, 다시 바깥의 색소층(pigmented layer), 안쪽의 신경층(neural layer) 두 층으로 나뉜다. 신경층에는 광수용기 세포(막대세포·원뿔세포), 두극 세포, 신경절 세포가 있어 받아들인 빛을 신경 자극으로 변환시켜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광수용기 세포에서는 빛에너지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광전환(phototransduction)’이 일어난다. 수억 개의 광수용기에서 온 정보들은 ‘두극 세포와 신경절 세포’를 거치면서 단지 100만 개의 축삭(신경세포인 뉴런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지)으로 압축되어 중추신경계로 전달된다.
광수용기 세포의 광전환
옵신(opsin·광수용체 단백질)과 비타민A 유도체인 레티날(retinal)로 구성된 ‘로돕신(rhodopsin)’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주변이 어두우면’ 옵신과 레티날은 결합하고, ‘로돕신은 불활성’ 상태가 된다. 이때 광수용기 세포(막대 세포)의 끝에서 긴장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방출된다. 긴장성 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어두운 곳에서 민감하게 물체를 구분할 수 있게 한다.
비타민 A는 레티날의 합성에 중요한 성분이다. 만약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레티날이 로돕신과 결합할 수 없고, 글루타메이트를 방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장소와 물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야맹증’에 걸리기 쉽다.
‘빛이 들어오면’ 레티날이 옵신에서 떨어지고, 이것을 탈색이라 한다. 이때 광수용기 세포(막대 세포)의 끝에서 글루타메이트 방출이 감소한다. 밝은 곳에서는 민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암순응(dark adaptation)’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탈색된 로돕신에 레티날이 결합하고, 다시 글루타메이트를 방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각 신경세포 주변에는 광전환 관련된 비타민 A를 레티날로 바꾸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많이 존재한다. 흡수된 메탄올은 분해효소가 많은 시각 신경세포 주변에서 많이 분해된다.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이 시각 신경세포에서 에너지(ATP) 생산에 차질을 일으키면 ‘신경전도(전달)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한, 부종, 충혈 등을 일으켜 ‘시각 신경(optic nerve)이 손상’되면 결국, ‘실명’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