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때, 굳은살, 물집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피부의 구조
‘때 밀지 마세요! 간단히 샤워만 하세요!’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어젯밤 손등에 끓는 물이 조금 튀었는데 아침에 ‘물집’이 잡혔어요, 어떡하죠?‘
우리가 피부 구조를 잘 이해하면 때, 굳은살, 물집이 생기는 기전을 쉽게 이해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피부는 가장 밖에서부터 크게 ‘표피(epidermis)’ ‘진피(dermis)’ ‘피부 밑층(subcutaneous layer)’ 세 가지 층으로 구분된다. 이 밖에 손발톱, 털, 땀샘, 피부 기름샘이라는 ‘부속기관’도 피부에 존재한다.
1. 표피는 피부 가장 바깥에 있는 상피세포가 각질화된 얇은 층이다. 표피에는 혈관이 없고, 진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표피도 5개 층으로 나뉜다. 가장 밖에서부터 죽은 각질 세포로 이루어진 각질층, 투명층, 그다음으로 살아 있는 각질 세포로 이루어진 과립층, 가시층, 바닥층이 있다.
‘각질층’은 표피의 가장 바깥에 있는 층으로 죽은 각질 세포들이 20~30겹으로 얽혀 있다. 세포들은 핵과 세포소기관이 없이 서로 단단하게 붙어 있다. 피부 건조를 막고 피부에서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투명층’은 손바닥과 발바닥과 같은 두꺼운 피부에만 존재하는 두세 겹의 얇고 투명한 층이다. ‘과립층’은 3~5층의 납작한 살아 있는 각질 세포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시층’은 세포들 사이의 연결 부위가 마치 가시처럼 보인다. ‘바닥층’은 표피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층으로 세포 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각질 형성 세포(keratinocyte), 멜라닌 세포(melenocyte), 압력 정보를 전달하는 촉각 세포(tactile cell) 등이 바닥층에 있다.
‘때’는 표피의 각질층, 땀, 피지가 공기 중의 ‘먼지’와 만나 피부에 쌓인 것이다. ‘때 밀기’는 우리나라 목욕 문화 중 하나다.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렸다가 때수건을 이용해 몸을 밀면 노폐물이 다 벗겨진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과도하게 때를 밀면 피부의 수분손실이 약 10% 증가하고 피부의 탄력도 약 20% 감소한다. 피부의 수분손실, 탄력 감소는 아토피, 습진 등의 알칼리성 피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때는 몸에 비누를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거되고, 한 달 주기로 알아서 떨어진다. ‘굳은살’은 피부가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생긴다. 표피의 ‘가시층과 바닥층’의 세포분열 속도가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표피가 두꺼워지는 것이다.
2. 진피는 표피 아래에 있는 층이다. 겉에서부터 유두층(papillary layer)과 그물층(reticular layer)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표피에서 파생된 손발톱, 털, 땀샘, 기름샘 등 피부의 부속기관들이 위치한다. ‘유두층’에는 표피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들과 피부감각 수용기들이 있다. ‘그물층’은 유두층 아래에서 수많은 아교섬유와 탄력섬유가 서로 ‘그물’처럼 엉켜 있는 층이다. 이들은 장력 같은 피부의 물리적 특성을 형성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발달 된 유두층에 의해 지문이 나타나므로 법의학에서 개체 감별에 활용할 수 있다.
‘물집’은 피부의 ‘표피와 진피 사이’에 체액이 채워져 마치 주머니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피부에 지속적인 마찰이 발생해 진피의 혈관에서 혈장 성분이 누출돼 이 두 층 사이에 모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화상을 입어 물집이 생겼을 때 터뜨리지 않고 병원에서 조치를 받는 이유는, 물집이 잡힌 위치가 표피와 진피 사이이고, 진피에는 혈관 등이 있어 세균에 의한 이차감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