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의사가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을 꼭 체크하는 이유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신체 활력과 4가지 사인

활력징후(vital sign)에서 ‘vital’은 ‘생체의, 생명의’라는 뜻으로, 활력징후는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증거’가 된다. 활력징후는 수많은 생명 유지 증거들 중 대표적인 네 가지 측정값(tetra signum)을 의미한다. 1. 혈압(blood pressure) 2. 맥박(heart rate) 3. 호흡수(respiration rate) 4. 체온(body heat)이다. 의료진은 이 수치들을 통해 환자의 기본적인 상태와 변화를 확인한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 항상성 유지를 위한 물질과 혈액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리 몸의 세포들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물질을 내보낸다. 특히, 포도당(glucose)과 산소(O2)는 ATP라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본적, 필수적인 물질들이다. 과연 누가 이런 중요한 물질들을 운반할까? 바로 혈액(blood)이다.
혈액은 혈관이라는 통로를 따라 인체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운반, 체온과 산도(pH) 조절, 그리고 방어 등 인체의 내부 환경(internal environment) 유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혈액은 물, 단백질, 포도당 그리고 응고인자를 비롯한 기타 용매들이 섞여 있는 혈장(plasma)과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유형 성분(formed element)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밖에 보이는 도로와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도로는 크기에 따라 고속도로, 8차선 도로, 일차선 도로가 있고 상행, 하행의 방향이 정해져 있다. 인체의 혈관도 크기에 따라 대혈관, 세혈관, 모세혈관으로 나누어져 있고 동맥, 정맥이라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유형 성분들은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로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트럭’, 백혈구는 ‘군인을 이동 시키는 군용 차량’ 그리고 혈소판은 ‘도로보수 차량’에 비유할 수 있다.

네 가지 활력징후

1. 혈압(blood pressure)은 ‘동맥혈관 벽에 부딪히는 혈액의 압력’으로 심장에 의해 발생한다. 혈압은 수축기압(systolic pressure)과 이완기압(diastolic pressure)을 mmHg 단위로 각각 나타내고, 정상 혈압은 수축기압 120~130mmHg, 이완기압 80~85 mmHg 내외이다. 심장 수축의 힘과 횟수는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다. 또한 혈압은 혈액량, 심장의 수축능력 그리고 말초혈관의 저항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2. 맥박(heart rate)은 ‘심장 수축에 따른 혈액의 파동’으로 심장이 일분(one minute)에 몇 번 뛰는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일분에 60~100회의 심박동수가 정상이지만, 횟수, 리듬 그리고 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부정맥(arrhythmia)은 맥박이 불규칙한 것을 의미하고 100회 이상의 빈맥(tachycardia)과 60회 미만의 서맥(bradycardia) 등을 통칭한다.

3. 호흡수(respiration rate)는 일분(one minute)에 몇 번 호흡 하는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호흡(respiration)은 대기와 혈액 사이에서 산소(O2)와 이산화탄소(CO2)를 교환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성인의 정상 호흡수는 12~20회/분이고, 호흡수와 깊이 등은 신체의 산소 요구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에 의해 조절된다.

혈압, 맥박, 호흡수의 변화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100m 달리기’를 예로 들어보자!
갑자기 100m 달리기를 하면, 근육은 많은 ATP를 만들기 위해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 공급이 필요하게 된다.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 심장은 높은 압력으로 강하게 수축하고 더 빠르게 수축 횟수를 증가시킨다. 즉, 혈압과 맥박이 증가한다. 또한 100m를 전력질주 하면 누구나 숨이 차서 ‘헉헉’ 거리게 된다. 이것은 호흡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좀 더 많은 산소를 적혈구에 실어주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4. 체온(body heat)은 직장의 온도(rectal temperature)를 측정하여 표준으로 삼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겨드랑이와 입의 온도를 사용한다. 정상 입안 온도는 35.5 ~ 37.5도이다. 정상 온도에서 인체의 세포와 여러 효소들은 정상 기능을 발휘한다. 만약, 인체에 염증이나 감염, 중추신경에서 체온조절의 문제가 있다면 열이 발생한다.

체온이 상승하면 적혈구 단백질의 구조가 바뀌면서 산소를 충분히 싣지 못한다. 이때,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상 호흡보다 많이 호흡할 수밖에 없고, 마치 100m 달리기를 했을 때처럼 고열이 나면 숨을 몰아쉬게 되는 것이다. 

협압, 맥박, 호흡수, 체온이 정상 수준이라는 것은 ‘생명유지의 중요한 증거’이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황에 따라 이 넷은 서로서로 면밀히 연결되어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들은 이 네 가지 수치 측정을 시작으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이 네 가지 수치 측정을 끝으로 병원 문을 나서게 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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