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진료실 풍경
안경쓰기와 성생활
LJ비뇨기과
이웅희 원장
수술실에서 동료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40대 초반에서 중반에 접어들며 수술시야가 흐릿해져서 짜증스럽다고 토로한다. 바로 노안이 온 것이다. 요즘엔 근시 아닌 사람이 더 적을 정도로 안경쓰는 학생이 많아졌다. 이렇게 모두가 시력이 정상시력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므로, 근시나 난시가 있다면 정확한 시력검사를 통해 교정하여야 시력을 회복할 수 있고, 노안이 생기면 돋보기를 사용해서 편안하게 시력보정을 하는 것이 순리겠다.
그러나 성기능에 관한 한 사람들은 자신의 타고난 시력에 노심초사하면서 정확한 시력교정보다는 자신의 시력검사 내용과는 전혀 연관도 없는 돗수 없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이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니 자신의 성적 세계가 똑바로 보일 리 만무하다.
성기능장애 환자들과 면담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의사와 환자 간에 현실감각을 공유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뇨, 고혈압, 장기 복용약물, 외과적 수술병력과 같이 명백한 위험인자 들을 찾게되면 우선적으로 치료의 적응에 따라 약물, 주사요법을 선택하고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수술적인 치료를 적용해서라도 이제 기능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란 없다. 그러나 치료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면담에서 현실감각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심리적 원인 요인이 뚜렷한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과 마음 상태와 성기능을 완전히 별개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기능환자를 의뢰하시는 다른 과 의사선생님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 당신들이 전공하신 분야의 질환은 치료가 다 되고 조절이 잘 되는데 정력이 회복이 되질 않으니 협조를 바란다는 편지가 동봉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와 그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성기능이 어찌 별개의 것일 수가 있겠는가?
환자: “정력이 부실해서요...”
의사: “약드시는 게 있나요?”
환자: “당뇨는 약으로 조절하고 혈압약은 먹지요.”
의사: “그게 원인인데요.”
환자: “선생님이 전혀 지장 없다고 하시던데요?”
의사: ...................................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한두 가지 병이 생길 수 있고 중년이 되어 건강의 유지는 이러한 만성적인 질환을 잘 다스리고 합병증을 예방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런 과정으로 돋보기를 쓰게 되는 것은 우리가 신체적인 변화에 적절한 돗수의 돋보기를 이용하여 시야를 명쾌하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쓴다고 인생의 비애를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연적인 신체적인 변화에 따라 동반된 성기능의 변화에 대해선 많은 중년들이 충격을 받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신다. 자신의 변화에 걸맞는 돋보기는 우리 신체의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다시 의욕적인 중년을 회복하여 환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돋보기 걸치는 것 자체만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