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왜 이럴까?

10代의 뇌는 다양한 경험으로 발달, 인터넷을 가족문화...

강북삼성병원

신동원 교수

10대 자녀가 인터넷 중독이 아닌지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너무 오래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무엇을 하는지 자세히 아는 부모는 별로 없다. 10대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10대는 인터넷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다. 간접 경험이지만 실제 경험한 것보다 더 위력이 크다. 보고 들은 것을 비판 없이 수용해서 그대로 현실에 옮긴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처형되는 동영상을 보고 이를 흉내 내다 죽은 10대가 세계에서 12명이나 된다는 외신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소년의 이런 특성을 알면 영화 한 편 찍는 것도 무서울 것 같다.

최근 10대 사이에 UCC 제작이 유행이다. 자신의 아이디어 하나로 만든 콘텐트가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신나는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UCC 중 하나가 포르노라고 한다. 오직 재미만을 위해 제작한 UCC 뒤에 따라오는 혹독한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

10대의 뇌는 많은 경험을 통해 성숙한다. 경험은 소화 과정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말초적 경험이 편협한 사고로 굳기 전에 부모는 10대가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가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거나 지나치게 간섭하면 자녀는 집 밖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 어른이 없는 친구의 집이나 어둑한 PC방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든다. 그러면 자녀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 더 알기 어렵다.

인터넷을 ‘가족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물리적, 심리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자. 그리고 자녀가 접하는 인터넷 세계에 관심을 가지자. 10대 자녀가 쓰는 ‘엑박’이라는 말이 욕인 줄 알고 혼냈다는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걱정스럽다. 엑박은 PC 환경이 맞지 않아 사진이나 첨부파일 등이 뜨지 않고 작은 네모 안에 X표시가 생기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인터넷이라는 말 자체도 없던 시대에 10대를 보낸 부모 세대가 별다른 노력 없이 10대 자녀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0대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기능을 함께 활용해보자. 그래야 자녀와 대화가 풀리고 자녀가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줄 수 있다.

/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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