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오류사전

금발은 백치미의 상징이다?

도서출판 경당

헬스조선 편집팀

항간에 떠도는 금발 머리에 관한 우스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여성들이 금발 염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직업상의 출세와 사회적 명성을 위해서라면 머리 빈 여자라는 상투적인 비아냥댐이나 품행이 방정치 못한 요부의 이미지도 크게 작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게다가 개인적인 문제 아닌가? 

Gewis(역주: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 명칭)가 2002년 독일의 여성잡지 라우라(Laura)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독일 남성 둘 중 하나는 금발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활을 함께할 여자의 머리색으로는 40퍼센트 가량이 갈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도의 비율은 확실히 유행에 따라 편차가 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금발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존재한다. 할리우드 스타든 그림 형제의 동화 속 주인공이든 금발 여성은 항상 남성의 소망을 이루어준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영화 속에서 금발 머리는 시골 출신의 사랑스럽고 자그마하며 순진무구한 역할이나 아니면 음탕한 요부 역할로 등장한다. 반면 검은 머리나 빨간 머리는 강하고 영리한 부인 역할이나 교활한 음모꾼으로 형상화된다.

동화에서도 라푼젤 공주처럼 선한 역할은 금발이 주로 맡는 반면, 사악한 언니나 계모 역할은 검은 머리가 맡고 있다. 이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매력에 빠진 연구가들은 어째서 ‘신사는 금발 머리를 좋아하는가’에 대해 그럴듯한 이론을 끌어내었다. 여기에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을 공개하겠다. 

● 금발 머리는 천사와 같은 순수함의 상징이다. 그 이면에는 밝은 것=좋은 것, 어두운 것=나쁜 것(붉은색=악마를 의미하기도 한다)이라는 기독교적인 발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은 기독교 문화권을 벗어날 경우 모순을 드러낸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교황도 없고 천상에서 내려온 순진무구한 금발의 곱슬머리 천사도 없던 시절에 이미 금발이었으니까. 

● 금발 머리의 몸에는 기생충이 없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이론은 인간 진화에 대한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옛날 인간의 육체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전염병 다음에 기생충을 꼽았다.

기생충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은 빈혈 증세로 인해 안색이 안 좋고 창백할 것이고 따라서 단순하게 보자면 혈색이 좋을수록 기생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금발머리는 유전학상 피부색이 환하기 때문에 남성들은 자신이 숭배할 대상, 다름 아닌 여성을 고를 때 그 상태를 한 눈에 알아봄으로써 건강치 못한 여성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이론이다. 만약 이 이론이 옳다면 금발 머리는 이제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기생충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찾아보기는 힘든 일이니까. 

● 이 문제의 해결책은 일명 핸디캡 원칙에 있다. 이는 루트비히-볼츠만-인스티튜트(Ludwig-Boltzmann-Institut)의 카를 그라머(Karl Grammer) 도시윤리학 교수의 독창적인 이론이다.

즉 금발 머리는 ‘나는 희귀한 표본일 뿐 아니라 금발이라는 핸디캡을 감내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 체계를 의미한다는 이론이다. 금발 머리가 사회의 주변인에 속한다고? 아니라면 금발 머리를 볼 때 갖는 타인의 당혹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든 금발 염색약을 쳐다보지도 않아야 될 텐데.  이런 견지에서 보자면 사실상 빨강 머리가 더 큰 핸디캡에 시달린다. 한 실험에서 붉은 머리에 붉은 수염을 한 남자를 대학생들에게 소개했다.

한 부류의 학생들에게는 그를 해당 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수로, 또 다른 부류에게는 새로 온 수위라고 소개했다. 30분 뒤 학생들에게 교수의 두발 색상에 대해 묻자 3분의 2가 교수의 머리색이 금발이라고 주장했다. 여덟 명 중 한 명 정도만 정확하게 머리색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편 수위라고 소개한 부류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 금발 머리는 뼈가 튼튼하다는 암시다. 피부색이 밝을수록 우리의 몸은 햇빛을 받아 더 많은 비타민 D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비타민 D는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지구 북반부로 올라갈수록 이같은 특징은 더 두드러져서 금발 머리가 훨씬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같은 뼈의 명제가 옳다면 햇볕이 쨍쨍한 이탈리아에서는 금발 머리가 너무 흔해서 거들떠보지도 않아야 맞는 것 아닌가? 실상은 정반대이거늘. 

● 금발 머리는 수줍음이 많아서 매력적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롬 카건(Jerome Kagan)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머리색과 피부색이 밝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억압되고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심리학자는 수줍은 성격과 금발 머리가 동일한 뿌리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그의 주장이다.  “초기 유럽인이 북쪽으로 퍼져 나갈 때, 추운 날씨 탓에 노아드레날린(역주: Noradrenalin, 혈압 상승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났다. 그리고 노아드레날린이 눈과 피부 그리고 머리카락의 색소 형성에 제동을 걸게 된다. 그 밖에도 이 호르몬은 세상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두드러지게 만들어주었다. 그렇다면 수호천사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순진무구하고 명랑한 금발의 시골 처녀는 어찌 된 일일까?” 

● 소심한 그레텔이나 벌벌 떨고 있는 바이킹에까지 상상이 미치지 못한다면, 얼굴을 붉히는 금발 머리에 대한 이론을 염두에 둘 것. 이는 금발 머리와 직접 관계된 이론이라기보다는 금발 하면 함께 머리에 떠오르는 밝은 색의 피부에 관한 이론이다. 이처럼 밝은 피부는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더 숨기기가 어렵다고 한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이미 말한 바 있다. “얼굴에 띤 홍조야말로 모든 표현 형식 중 가장 고유하고 인간적인 것이다”라고. 즉 피부색이 밝고 머리가 금발일수록 얼굴을 붉히면 눈에 더 잘 띌 것이고 이것이 성적인 매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빨강 머리의 피부색도 대개의 경우 밝은 색을 띠는데 많은 남성들이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마지막으로 지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다들 알다시피 금발 머리는 머리가 단순하다고들 말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여성들이 금발로 염색을 한단 말인가? 적어도 머리카락 색상과 관련시켜보자면 이 주장은 다섯 중 넷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맹하게 보이는 게 도대체 어떤 장점이 있겠는가? 지극히 단순한 얘기지만 남자들은 여성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말이다. 

이같은 금발 머리 이론이라는 강행군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한 가지는 많은 남성들이 반사적으로 금발의 여성 주변을 맴돈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금발 여성들이 머리 색상이 어두운 여성들보다 자녀를 많이 둔다는 사실이다. 이는 생물학적인 연관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여기에 미국의 생물학자인 낸시 에트콥(Nancy Etcoff)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덧붙였다. 즉 어떤 피부색을 가진 남성이든 동일 인종의 여성들보다 더 어두운 머리 색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남성들의 피부는 나이가 젊을수록 밝은 색을 띤다고 한다. 검은 머리 가운데 상당수가 유년기에는 금발 머리였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화장품 업계에서는 금발을 ‘사춘기의 머리 색상’이라고 표현하곤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늘어놓은 다양한 이론을 짜 맞춰 보자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금발 머리 여성은 남성들에게 젊고 건강하고 아이를 잘 낳는 여성상의 상징이며, 동화 속 인물처럼 남성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무엇보다도 머리 색상이 어두운 여성들에 비해 언제나 젊어 보이는 꿈의 여인이라는 그림 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명백한 근거가 노출될수록 남성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게 틀림없다. 바로 이 점이 여성들로 하여금 염색약이라는 보호색으로 무장하게끔 유혹할 테니까.


<자료제공=’건강상식 오류사전’ 경당>
/헬스조선 편집팀

  • 2007.03.29 17:11 입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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