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유골 (言中有骨)
중력에 대해 감사하기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상완 교수
지난 8월 6일 새벽,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는 지구를 떠난 지 약 9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화성에 착륙하였다. 큐리오시티가 보내 온 화성의 지표면 사진은 지구와 흡사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마 머지 않은 장래에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이 있지만 과학자들은 인류가 복잡한 지구 생활을 떠나서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우주 전원(?)주택지로 화성을 검토하고 있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정도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구인이 화성에 가게 되면 키가 약간 더 커지고 점프 실력이 크게 늘 것이다. 반대로 화성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지구인이 다시 지구로 귀환하게 되면 키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지구의 중력에 의해 땅에 붙어 다니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력의 변화는 뼈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무중력 상태와 같은 우주 공간에서는 뼈에 대한 중력 효과가 사라지게 되므로 뼈의 양(골량, 骨量)이 감소된다.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은 골량이 1개월마다 1% 정도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경기 직후의 골량 감소 속도가 1년에 1.5~2% 정도임을 감안하면 우주인의 골량은 매우 빠르게 감소함을 알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러한 우주인의 골량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골대사학회지(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최신호에 따르면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13명의 우주비행사를 대상으로 적절한 영양 섭취와 저항 운동 (resistance exercise)을 포함한 매일 2시간 30분의 운동을 시행하였을 때 4~6개월간의 우주 비행 후에도 골량의 감소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걷기나 계단 오르기와 같이 중력에 대한 저항 운동을 통해 우리의 뼈는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람이 태어나서 1년 정도는 누워 지내다가 돌 무렵이 되면 자신의 몸을 일으켜 걸으려고 한다. 즉, 이 시기가 되면 중력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일어나 걷게 되면 비로소 2차원에서 3차원의 생활로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삶을 살게 된다(키우는 부모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은 중력을 극복한 대가로 공간 속에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력은 우리가 지구에서 두 발을 딛고 사는 동안 우리를 항상 따라 다니며 우리를 누르고 있다. 하지만 뼈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축복이다. 나이가 들면서 골량과 근육량은 서서히 감소하게 된다. 중력을 이기기가 벅찬 시기가 오는 것이다. 고관절 골절은 불행히도 인간을 다시 2차원의 삶으로 회귀시켜 심각한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사망 위험도 매우 높아지게 한다.
실제 외국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백인 여성, 9,700 여명을 약 14년간 추적하였을 때 고관절 골절 후 1년내 사망률은 약 17% 로 골절이 없는 경우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당뇨, 고혈압의 주요 합병증으로 알려진 뇌졸중은 흔히 몸의 한 쪽을 마비시키게 되는데 그 결과 마비가 일어난 부분의 팔다리 근육은 수축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마비된 상지나 하지에는 무중력 상태와 같이 역학적인 부하가 걸리지 않으므로 해당 부위의 골량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중력은 튼튼한 뼈를 위해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는 중력을 매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 아니면 무엇이 당신을 뒤로 잡아당기고 있는가? 오히려 그것이 당신을 더욱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기고자 :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상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