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섭 교수의 소화기질환 이야기
잘못 삼킨 이물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해 생긴 고형물이나, 부주의로 생활주변의 고형물을 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는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으로 영어로 'stomach'이라고 하는데 "온갖 오욕을 참는다"는 어원에서 비롯됐다. 위는 하루 세끼 이외에도 간식과 술, 야식으로 먹은 짜고 맵고 시고 부드럽고 딱딱하고 독한 음식물 등을 감내하면서 잘게 부수어주고, 소화가 잘되도록 반죽하는 일이 위의 주요한 역할이다. 그런 위가 잘못 삼킨 이물질로 다시 한번 고생하고 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로 30여 년간 일해온 필자는 별의별 이물을 제거해 오면서 다양한 소회를 느끼고 있다.
10세 미만의 어린아이가 삼키는 물건은 동전(특히 100원짜리)이 가장 많고, 구슬, 바둑알, 건전지, 머리핀 등도 흔하다. 동전이나 바둑알은 둥글고 끝이 뭉뚝해 위장 벽을 손상하지 않고 1∼2주 이내에 대변으로 배설되므로 대개는 인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어른은 1억 이상을 삼켜도 잘 넘어가는데 어린아이들은 동전 100원짜리만 삼켜도 목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칫솔, 포크, 칼, 시계, 옷핀, 안전핀 등의 이물질이 주로 발견된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4지 창인 커다란 포크를 아주 힘들게 제거한 것이다. 포크는 크기가 커 위 속에서 상하 위치를 돌릴 수 없어 그대로 이물제거용 올가미로 걸어 빼어 내야만 했다. 그러나 포크의 날카로운 부위가 위와 식도의 좁은 접합부에 걸려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고무장갑의 엄지손가락 부위를 잘라 내시경 끝 부분에 부착시켜 날카로운 부분을 덮은 다음 서서히 좁은 식도 공간을 빠져나오도록 했다. 이후에는 이런 이물을 제거하는데 콘돔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구나 복어처럼 납작하고 날카로운 가시나 뼈가 문제를 일으킨다. 가시는 시간이 지나면 식도에 박혀 심한 출혈이나 궤양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아주 드물게는 굵고 날카로운 가시와 같은 이물이 식도를 뚫고 들어가 생명을 위협하는 총격동 염을 일으켜 생명을 잃는 예도 있어 가시 제거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칫솔은 크고 길지만, 끝이 부드러워 꺼내는 것은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60대 이후는 틀니가 빠져 식도나 위에 걸리거나, 치아가 좋지 않아 잘 씹히지 않는 굵은 고깃덩어리와 도가니탕의 연골 등이 식도에 걸려 응급실로 오기도 한다.
과거에는 큰 이물이 위나 식도에 들어가면 개복 또는 개흉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이물을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여러 가지 이물제거용 전용 도구를 이용하여 간단히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내시경만으로 안될 때에는 이물을 제거하는 몇 가지 전용도구를 응용하고, 이것으로도 불가능할 때 순발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도구를 자체 제작하여 응급상황을 탈출하곤 한다.
필자는 30년 이상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물제거를 위한 다양한 제거 방법과 아이디어를 비디오로 제작하여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에 발표하여 지금도 매년 미국학회의 시청각 교육 비디오 자료로 틀어주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부주의로 이물질을 삼키면 부모들은 너무 당황하지 말고 노련한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특히 날카롭지 않은 이물질은 대부분 대변으로 배출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요즈음 웰빙 음식으로 생선을 즐겨 먹는데 굵은 생선가시를 급하게 먹거나 음주상태에서 잘못 삼키지 않도록 천천히 먹는 식사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기고자 :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심찬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