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 맑아야 건강합니다.

시리고 저리고 따가운 손발, 당뇨환자의 고통을 아세요?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대표원장

최근에 남편의 지인이 전화로 그 분의 아버님 상태에 대해서 자문을 구했다. A씨는 80세이고, 30년 이상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 간은 서서히 기력이 약해져서 거의 외출을 못하는 상태로 지내 왔다고 한다. 심한 설사병으로 탈진해서 모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중이라고 했다. 2-3일 만에 설사는 멈추었으나 밤에 특히 심한 손 발저림이 있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특히 발을 만지면 차가운데 환자는 “불이 나는 것같이 따갑고 뜨겁고 쓰리다”고 하면서 매우 고통스러워 한다고 했다.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말초혈류 검사, 신경 검사 등을 하고 말초혈관이 막혔는데 한 두 곳이 막힌 것이 아니라 혈관 여러 개가 다발성으로 막혀 있어서 막힌 부분을 수술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주사, 경구 복용 약 등 여러 가지 치료를 하고 있지만 차도가 없어서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무슨 해결 방법이 없는지 상의하는 전화였다. A씨는 고목같이 야위어서 입맛도 없고, 혈당 검사한다고 하루에도 3-4번씩 혈액을 채취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서 더 걱정이라고 했다.

다년 간 당뇨병을 앓아 온 환자들에게 손이나 발이 저린 증상은 매우 흔한 편이다. 증상이 손끝 발끝부터 시작해서 장갑끼고 양말 신는 부위에 주로 있다고 해서 영어로는 장갑과 양말 증후군 (gloves and sacks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는 손과 발에 있는 말초 신경에 손상이 생겨서 오는 증상이다. 손상의 원인은 당뇨병에 의한 산화성 스트레스라고 알려져 있다. 산화성 스트레스는 우리가 먹은 음식이 소화되고 남은 노폐물과 호흡하고 남은 유해산소가 결합한 상태로 혈액 안을 떠도는 노폐물이고 노화와 세포 손상의 주범이다. 당뇨환자에서는 이런 노폐물의 발생이 정상인과 비교해서 매우 높다. 당뇨가 아니라도 말기 신부전증 환자들에서도 같은 증상이 흔히 발견되는데, 이는 신장으로 배설될 노폐물이 혈액 안에 떠돌아 다니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여기에 당뇨 환자들은 혈관질환이 흔하고, 산화성 스트레스는 혈관의 손상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니까, 당뇨환자에서 손발 저림은 일차는 산화성 스트레스에 의한 말초 신경 손상이고 이차는 말초혈류 장애에 의한 악화라고 할 수 있다.

A씨는 당뇨병이 오래 되어서 말초 신경 장애와 혈관질환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심한 설사병으로 탈진하면서 말초 혈류 장애가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평소에는 혈관에 장애가 있어도 일부 혈액이 통과하던 혈관들이 설사병이 난 후에 탈수 상태가 되니까 말초까지 도달하는 혈액의 양이 적어지고,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부실하던 말초 혈관이 막히면서 손발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악화 되었을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조절은 어떤 치료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합병증 발병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 혈당조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이미 합병증이 많이 발생한 80대 환자에서는 혈당 조절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이는 영양과 수분 균형상태이다. 영양실조는 만병의 근본이다. 혈당 조절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식사를 제한하면 영양실조가 발생하고 이는 온 몸의 근육, 혈관, 뇌와 신경의 기능을 악화시킨다. 영양상태만큼 중요한 것이 수분 균형이다. 몸에 수분이 너무 많아서 부종이 생기면 심장에 부담이 커지고, 말초 혈류 장애가 악화된다. 반면에 수분이 너무 모자라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전이 잘 생긴다. 따라서 쇠약한 노인에서는 혈당도 수분 균형도 조금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좋다 따라서 A씨와 같이 설사병이 있고, 입맛을 잃은 경우에는 혈당과 관계없이 입맛을 되살릴 수 있는 식단을 제공해서 충분한 영양섭취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혈당은 인슐린이나 약으로 조절하고 식사와 혈당이 모두 안정이 되면 장기간 치료법으로 전환하면 된다. 수용성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보충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으면, 혈관의 탄력성이 더욱 악화되고 말초혈류 장애는 악화된다. 따라서 환자가 기운이 없어서 전혀 움직이지 못할 때는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서 수동적인 운동 치료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기력이 회복한 후에 침대 위에서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하는 간단한 운동부터 걷기 운동까지 운동이 필요하다. 근육이 살아야 혈관의 탄력성도 살고, 그래야 말초까지 혈액이 도달하고 심장으로 되돌아 오는 순환이 가능하다.

 우울증도 악화의 요인이다. 80세로 연로한데다 당뇨로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수 없고, 탈진했는데 손발은 저려서 밤낮으로 괴롭히니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병원의 의료진은 혈당만 강조해서 높아진다고 위협하고, 가족들은 이것 저것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은데 다 환자 좋아지라고 하는 조언이지만, 정작 본인은 무기력하고 짜증나는 일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평소에 좋아하던 커피 한 잔, 아이스크림 한 개가 얼마나 마음을 풀어 주는 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대학에 있을 때 A씨와 같은 문제가 있던 80대 할머니가 “커피 좋아하셔요? 한잔 하시면 어떨까요? 하고 물었을 때 “마셔도 되요? 나쁘다고 해서 못 마시는데—“ 하시면서 반짝이던 눈 빛을 잊을 수 없다. 노인 환자들은 마치 어린아이 같다. 더욱이 5년 혹은 10년 후에 발생할 합병증이 그 분들에게 얼마나 중요할 까? 평소의 식이요법에서 벗어나서 삶의 활력이 되는 작은 여유를 갖고 영양관리를 하는 것이 육체와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유해산소를 비롯한 노폐물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혈액정화는 말초혈류를 개선해서 손 발 저림과 운동 능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과 독일의 연구에 의하면 하지동맥이 막혀서 절단 수술이 필요한 당뇨 환자들에서 반복해서 혈액정화 치료를 한 후에 절단 수술없이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보고가 다수 있다.

당뇨병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가능한 식사 양을 줄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환자의 연령, 합병증 유무,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개인별로 맞춤이 필요한 질환이다. 혈당조절도 중요하지만, 영양실조와 우울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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