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는 영국 에든버러 출신의 의사였던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작중 인물이다. 홈즈는 소설의 성공과 함께 지금까지 명탐정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실제 인물이라고까지 믿을 정도가 되었다.

 코난 도일은 그의 소설에서 홈즈의 탐정 사무실 주소를 ‘런던 베이커 가 221B 번지’로 썼는데 당시 이 주소는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성 홈즈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지금은 베이커 가에 설립된 셜록 홈즈 박물관에 221B 라는 번지가 부여되어있다. 오늘날 이 박물관에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며 사냥모자에 파이프 담배를 문 전설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나고 있다.

 이토록 소설 속의 인물인 홈즈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이유에는 무엇보다도 그의 괴팍하면서도 특이한 성격과 탁월한 추리 재능, 그리고 그의 친구 웟슨 박사와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의사이자 홈즈의 친구로 나오는 웟슨은 홈즈와는 대조적인 성격의 인물로 두 사람의 명콤비는 그 이후의 추리소설들에서 좋은 모방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홈즈를 모델로 2009년 가이 리치 감독이 내놓은 작품이 바로 영화 <셜록 홈즈>다. 이 영화는 코난 도일의 원작과는 관계없이 셜록 홈즈의 이미지를 빌어 새롭게 만든 창작 작품이다. 또 현대 관객의 취향을 고려하여 추리 능력으로만 활약하는 고전적인 홈즈를 떠나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없는 역동적인 활약상을 보이는 새로운 홈즈를 선보이고 있다. 셜록 홈즈는 전통적 사냥 모자 대신 실크 해트를 쓰고 마치 다이하드의 블루스 윌리스처럼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의사 왓슨도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1891년 영국 런던에서는 다섯 명의 젊은 여인들이 종교 의식의 제물로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천재적 추리 능력을 갖춘 명탐정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는 친구인 의사 왓슨(주드 로 분)과 함께 마지막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지하 예배당으로 달려간다. 사건의 범인은 비밀 종교집단 소속의 블랙우드 경(마크 스트롱 분)으로 죽음 직전의 여인은 홈스의 활약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블랙우드는 뒤늦게 달려온 레스트레이드(에디 마산 분) 경감이 이끄는 런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다.

그로부터 3개월 후에 블랙우드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되고, 그 동안 홈즈는 사건 의뢰 한건 없이 자기 방에서 폐쇄적인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런 그를 염려한 왓슨이 자신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는 여자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지만 이 또한 홈즈의 괴팍스런 성격으로 망치고 만다. 이 와중에 영화는 신세대의 기호를 염두에 둔 듯, 불법 격투기장에 선수로 직접 출장하여 도박 게임의 대상이 되는 홈즈를 보여 주기도 한다.

 한편 블랙우드는 사형 집행 전에 마지막 소원으로 홈즈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홈즈를 만난 그는 자신이 죽고 난 후에도 세상을 바꿀 세 사람의 죽음이 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침내 사형은 집행되고 블랙우드는 ‘죽음은 시작에 불과하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의 사망은 검시의로 참석한 왓슨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다.

그로부터 삼일 후 한 여자가 홈즈의 사무실로 찾아온다. 그녀는 홈즈의 옛 애인이자 프로 도둑인 아이린 아들러(레이철 맥아담스분)였다. 그녀는 홈즈에게 레오던이라는 이름의 한 실종자를 찾아 줄 것을 요청한다.

아이린이 사무실을 나가자 홈즈를 곧 그녀를 미행한다. 그리고 아이린이 베일에 가린 그녀의 고용인을 마차에서 만나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남자는 아이린에게 실종자가 블랙우드의 계획을 알아내는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무렵 죽은 블랙우드의 무덤이 안으로부터 바깥쪽으로 부숴 진채로 시체가 사라지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달려간 홈즈와 왓슨은 블랙우드의 관 안에서 그의 시체 대신 실종된 레오던이 죽은 채로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묘지 관리인은 블랙우드가 무덤에서 살아 나와 걸어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증언한다.

홈즈와 왓슨은 레오던이 지니고 있던 회중시계를 단서로 그의 집으로 찾아가 그가 과학과 주술이 혼합된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홈즈는 레오던이 블랙우드를 위해 어떤 실험을 하고 있었고 그 실험이 성공하자 용도가 없어지면서 살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때 홈즈와 왓슨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레오던의 집을 불태우러 온 블랙우드의 하수인들과 조우한다. 그들과의 결투에서 홈즈와 왓슨은 간신히 위기를 넘기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에 유치장에 갇히고 만다.

왓슨은 다행히 약혼녀의 보석금으로 풀려나나 홈즈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그때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나타나 홈즈에게 누군가가 보석금을 지불했다고 하면서 그들이 홈즈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홈즈가 만난 사람들은 ‘4개의 사원(Temple of the Four)’이라는 주술을 신봉하는 비밀 사교 집단의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법원장인 토마스경, 내무장관 코워드와 영국 주재 미국대사였다. 그들은 홈즈에게 블랙우드가 비록 그들 비밀 조직의 단원이긴 하지만 이단자로서 살인과 사회적 불안 조성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그를 처치해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세계를 큰 혼란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 가운데서 홈즈는 특유의 추리력으로 블랙우드가 바로 토마스경의 친아들임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블랙우드는 이보다 앞서 ‘4개의 사원’ 지도자들을 제거한다. 먼저 아버지 토마스경을 욕조에서 죽게 만든 뒤 뒤이어 회의에 참석한 미국대사를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내무장관 코워드는 블랙우드를 추종하며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그를 집단의 최고 지도자로 추대한다. 사교 집단을 장악한 블랙우드는 어둠의 마법으로 영국 국민을 공포로 지배하여 새로운 미래를 건설할 것을 제의한다. 또 이를 통해 영국이 남북전쟁으로 약해진 미국을 다시 차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오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편 홈즈는 왓슨, 아이린과 함께 블랙우드의 음모를 수사하면서 그의 최종 목표가 영국 국회의사당임을 밝혀낸다. 홈즈는 그의 은신처를 덥친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내무장관에게 인도되지만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시간이 촉박한 홈즈는 곧 왓슨과 아이린과 함께 의사당 지하의 하수구로 잠입한다. 그 곳에서 레오던이 개발한 기계 장치를 발견한다. 이 기계는 독극물인 청산가리 가스를 대량 의사당내로 주입할 수 있는 대량학살 무기였다. 홈즈 일행은 블랙우드의 부하들과 싸움 끝에 기계 장치로부터 청산가리가 든 용기를 빼낸다.

블랙우드와 내무장관 코워드는 의사당 안에서 의원들을 위협한다. 그러나 정작 청산가리를 의사당내로 주입하여 반대자들을 몰살시키려는 계획은 홈즈 일행의 방해로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는다. 코워드는 현장에서 체포되나 블랙우드는 의사당을 빠져 나간다.

그런데 하수구에서는 아이린이 청산가리 용기를 들고 갑자기 도망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홈즈가 그녀를 뒤쫒자 그녀는 당시 한참 건설 중인 타워 브리지까지 도망간다. 그러나 중간 부분이 아직 연결이 안 된 다리 위에서 그녀가 멈춰 서면서 뒤좇아 온 홈즈와 옥신각신 한다. 그때 블랙우드가 나타나면서 아이린에게서 청산가리 용기를 빼앗는다. 아이린은 이 와중에 다리 중간에 떨어져 기절한다. 이런 그녀를 두고 홈즈와 블랙우드는 결투를 벌이고 결국 블랙우즈는 죽고 만다. 블랙우드가 죽기 전 홈즈는 그가 무덤에서 부활해 걸어 나오는 등 그의 생전에 행사한 모든 주술과 마법이 모두 다 사전에 면밀히 계산된 사기극이었음을 밝혀내었다고 말해준다.

정신을 차린 아이린은 홈즈에게 그녀의 고용인은 모리아티교수로 그는 홈즈 만큼 영리하면서 훨씬 교활한 사람이라고 조심할 것을 경고한다.

사건이 해결 된 후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왓슨에게 홈즈는 그가 마지막까지 풀지 못했던 블랙우드의 수수께끼를 해결했다고 말한다, 즉 그가 교수형을 당할 때 맥박이 정지된 상태로 사망을 위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형 집행자의 도움과 함께 만병초라는 식물에 의한 이른바 광밀병(mad honey disease) 때문이었던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때 경찰 한 명이 찾아 와서 홈즈에게 레오던이 개발한 기계 장치의 감시 경찰이 죽었다고 알려준다. 바로 모리아티교수가 아이린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청산가리 용기에 쏠리게 한 뒤 정작 가장 중요한 기계 장치의 작동 부품을 빼돌려 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사건의 암시로 앞으로 셜록 홈즈 2편의 등장을 알리는 장면이 된다.

이 영화에서 블랙우드가 벌이는 주술 사기극의 결정판으로 그가 교수형을 당할 때 사망을 위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사망 검시관으로 참석한 의사 왓슨은 블랙우드의 사망 판정을 내리면서 맥박 정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블랙우드는 당시 실제로 죽지 않았고 결국 이후에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왓슨은 그의 의학 지식에도 불구하고 블랙우드에게 감쪽같이 속고만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으로 영화에서는 설정되어 있을까? 그리고 영화에서의 설명처럼 실제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과연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명탐정 홈즈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이러한 사기극이 가능하였던 이유로 광밀병(狂蜜病, mad honey diseae)이라는 희귀한 병을 일으키는 만병초(로도덴드론, Rhododendron)라는 식물을 들고 있다.

만병초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주로 터키 흑해 근처에 자생하고 있는 로드덴드론 폰티쿰(Rhododendron Ponticum)이라는 종류에서 그 꽃가루와 꿀이 독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블랙우드가 사형 집행 전 몰래 이 꽃에서 만들어진 벌꿀을 먹어 일시적인 맥박 정지 즉 순환 정지 상태를 위장하였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홈즈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그의 애완견이 만병초(로드덴드론 폰티쿰)로부터 만든 꿀 엑기스를 먹고 일시적으로 가사(假死) 상태에 빠져 있는 장면도 묘사되고 있다.

로드덴드론 폰티쿰 꿀의 독성은 여기에 함유된 그레이아나톡신(grayanotoxin)이라는 화학물질에 의한 것으로 꿀벌에는 해가 없으나 사람에서는 경련, 저혈압, 실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생긴 병을 그레이아나톡신 중독이라고도 하고 꿀을 먹고 이상한 증상을 보인다고 하여 광밀병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병초에서 유래된 꿀을 잘못 먹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은 문헌에도 보고되고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일시적으로 완전한 순환 정지를 일으킨 뒤 다시 저절로 회복될 수 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영화적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아무런 의학적 조처도 없이 완전한 순환 정지 후 자연 회복이 된다는 보장은 할 수없는 일이며, 설사 이런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순환정지 후 5분만 지나도 비가역적 뇌손상이 오는 것을 생각하면 제대로 된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을 달리하여 만일 로드덴드론 폰티쿰에서 유래된 꿀을 먹는 것만으로 영화에서처럼 일시적인 완전 순환정지가 가능하고 그 회복에도 전혀 후유증이 없다면 실제 심장수술에서 매우 편리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심장수술에서 완전순환정지법은 복잡한 심장기형을 가진 영소아의 수술이나 성인 대동맥류의 수술에서 종종 이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이 방법은 심장수술 중 일시적으로 체내 순환을 완전히 정지시킴으로서 최적의 수술 시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그런데 순환 정지 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필연적으로 단시간 내에 세포 손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완전순환정지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체온법을 반드시 병행하게 된다. 즉 체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어 주면 세포 대사율 및 산소소비량이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조직 혈류가 중단되더라도 세포손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낮은 체온에서도 우리 몸의 대사율이 완전히 제로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세포의 대사 작용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산소는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안전한 순환정지의 기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만일 영화에서처럼 간단히 벌꿀 성분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시간만큼 자유롭게 완전순환정지를 일으킬 수가 있다면 현대식 심장수술에서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런 가설은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에 근거를 둔 이야기지만 이런 공상 자체를 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바로 영화의 또 다른 목적이 아닐까?^^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연구소장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정맥류 클리닉 운영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