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뒤 물풍선 같은 혹이 생겨… 탈장

지방 군청에서 평생을 공무원으로 지낸 B씨(67세)는 정년 퇴직 후 집 근처 작은 산을 오르는 것이 일과가 됐다. 5년 동안 꾸준히 등산을 했더니 생활에 의욕도 생기고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 자신의 취미생활에 무척 만족하며 지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등산을 마친 B씨는 왼쪽 아랫배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이 되자 증상이 깨끗이 사라져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무리한 탓이려니’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그로부터 보름 뒤 등산을 마치고 샤워를 하던 B씨는 왼쪽 사타구니에 혹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손으로 혹을 눌러보니 물풍선처럼 말랑말랑했다. B씨는 다음날 근처 내과 병원을 찾았다가 “탈장이 의심되니 외과에서 정확한 진찰을 받아 보라”는 권유를 받고 필자를 찾아 왔다.

손으로 탈장부위를 진찰해보니 왼쪽 아랫배에 탈장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오른쪽에도 탈장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오른쪽 서혜부(사타구니)에서 초기 탈장이 관찰됐다. 진찰 결과를 토대로 B씨와 상담해 복강내시경을 이용한 탈장 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수술하는 날 다시 만난 B씨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술은 20~30분 정도면 모두 끝나고 재발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설명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수술이 끝난 후 경과를 보러 입원실을 찾았더니 마취에서 깬 B씨가 생기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통증이 별로 없어요. 정말 신기하네요. 오늘 식사해도 되는 건가요? 걸어도 돼죠?”

식사도 걷기 운동도 모두 가능하다고 답해주자 B씨가 “다시는 산에 못 가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대로라면 문제없겠다”며 기뻐했다. B씨는 다음날 바로 퇴원했으며 퇴원 1주일 후부터 아무런 불편함 없이 친구들과 산행을 즐기고 있다.

탈장이란 복압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복벽이 약해지거나 구멍이 생겨 장이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질환을 일컫는다. 주로 성인 남성에게 잘 발생한다. 해부학적 구조 차이로 인해 남성의 서혜부 복벽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탈장은 발병 부위에 따라 서혜부 탈장, 대퇴부 탈장, 제대(배꼽) 탈장, 반흔(수술상처) 탈장, 횡격막 탈장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흔한 형태는 서혜부 탈장으로 전체 탈장의 75%를 차지한다. 주로 좌측보다 우측에 많이 발생한다.

대개 비만•흡연•만성변비•잦은 기침 등으로 복부 근육이 약해진 경우, 무리한 운동으로 복압이 자주 상승하는 경우,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누워있다 일어서는 등 갑자기 배에 힘을 주는 경우, 복수가 차서 항상 배가 부르고 압력이 높은 경우 등에 생기기 쉽다. B씨의 경우 복벽이 약한 상태에서 등산으로 복부에 자주 압력이 가해지자 발병하게 된 것 같았다.

탈장은 별다른 통증이 없고 손으로 밀어 넣거나 자리에 누우면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때문에 치료를 등한시하기 쉽다. 하지만 괜찮다고 방치하면 탈장과 환원을 반복하다가 구멍이 더 커지거나 새로운 탈장이 생기기도 하고 장의 일부가 괴사하기도 한다. 약물이나 운동 등으로 자연 치유될 가능성이 전혀 없고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므로 탈장이 있다면 조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많은 환자들이 탈장 수술은 통증이 심하고 수술 후 회복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탈장 수술이 탈장 구멍을 바깥에서 보강한 뒤 주위 조직에 꿰매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복압이 높아지면 환부가 당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5~10%에서 재발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피부 절개를 최소화하고 복벽 안쪽에 인공막을 삽입하는 ‘복강내시경 탈장 수술’을 실시해 통증이 적고 재발도 거의 없다. 이 수술은 직경 1cm 이하의 구멍 3개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처 크기가 작아 통증과 감염이 적고, 미용상으로도 뛰어나며, 재발이 적다. 또한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도 빠르다.

탈장은 발병 부위의 반대 쪽에 새로운 탈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 쪽 복벽이 약해 탈장이 생긴 사람은 대체로 반대편 복벽도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혜부 탈장 환자의 10~20% 정도는 양쪽에 모두 탈장이 있는 양측성 탈장을 가지고 있다.

복강내시경 탈장 수술을 시행하면 한 쪽 탈장을 수술하면서 내시경을 통해 반대편의 탈장 여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초기 탈장을 미리 보강할 수 있어서 추후 다른 탈장이 발병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