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음(得音). 소리꾼이 피를 토하는 연습으로 얻는 판소리의 최고 경지다. 판소리에서 필요로 하는 음색과 발성기교를 익히기 위해 폭포수 아래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모습은 판소리를 주제로 하는 영화나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득음의 경지에 이른 소리꾼의 성대에는 ‘성대결절’이라는 목소리 질환이 자리 잡고 있다. 성대결절은 목소리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해 성대에 생기는 일종의 굳은살이다. 하지만 소리꾼의 성대결절은 일반인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인의 성대결절은 굳은살이 성대가 정확히 맞닿아 진동하는 것을 방해해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성대결절이 생기면 목이 쉽게 잠기고 말하는 것이 힘들어지며 고음의 노래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소리꾼의 성대결절은 한쪽엔 동그란 성대결절이, 반대쪽엔 성대결절 모양의 홈이 파여 마치 퍼즐을 맞춘 듯 정확하게 맞닿는다. ‘볼&소켓(Ball & Socket)’ 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특수한 성대의 모양은 걸쭉하고 탁한 목소리와 강하고 청명한 고음을 한꺼번에 낼 수 있게 만든다.

굳은살로 단련된 성대는 오랜 시간 창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오페라는 여러 명의 가수가 한 공연을 나눠 부른다. 목 보호를 위해 한 명의 가수가 하루 두 번 이상 공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판소리 공연은 혼자서 수 십분, 길게는 수 시간 동안 쉼 없이 창을 해도 목이 상하지 않으며 오히려 목이 더 트이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볼&소켓 성대결절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다. 성대에 생긴 굳은살은 휴식을 취하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명한 명창이라도 이 같은 득음의 원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번은 명창으로 알려진 국악인이 이비인후과에서 성대검사를 하던 중 커다란 성대결절이 발견됐다. 득음으로 얻은 귀중한 성대결절임을 알지 못했던 의사와 국악인은 수술을 통해 굳은살을 깨끗하게 제거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 명창이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국악, 발라드, 댄스음악, 오페라, 뮤지컬 등 예술 장르별로 창법과 발성기법은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발성법의 차이 때문에 목소리 관리나 치료에서도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방송연예인이나 가수, 성악가, 국악인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발성패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입력 : 2005.11.29 09:1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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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