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톡톡 뷰티

⑦한번 피부타입은 영원한 피부타입?

퓨어피부과

정혜신 원장

정혜신 퓨어피부과 원장
많은 여성들이 이미 자신의 피부타입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을 시작했던 20대 초반에 화장품 가게 점원으로부터 이른바 ‘피부진단’이라는 것을 받았고, 그것을 그대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 진단이 옳았을까?
화장품코너의 판매원은 전문가가 아니다. 이들은 화장품 정보와 판매기술에 대해 약간의 교육을 받았을 뿐, 피부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다. 설사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해도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찾아온 손님에게 평생 불변의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피부는 늘 그대로가 아니라 계절과 날씨에, 온도와 습도에, 환경에,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스무 살 때 처음으로 화장품 코너를 찾아갔던 그 모년 모월 모일은 바람이 쌩쌩 부는 엄동설한의 겨울이었을 지도 모르고, 불볕더위에 시달렸던 여름날이었을 지도 모른다. 바로 그날 우연히 들어간 화장품가게에서 당신의 피부를 악건성이라고 진단을 내렸다고 해서 어쩌란 말인가?

물론 우리에겐 부모에게 물려받은 고유의 피부타입이 있다. 그것을 중성, 건성, 지성의 세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부는 늘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과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주말에 공기가 맑은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바닷가로 여행을 가면 피부가 촉촉하게 변하는 것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흡연자라면 담배를 유난히 많이 피운 날 피부가 거칠게 느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동으로 땀을 심하게 흘린 날에도 피부는 달라진다. 하루 종일 야외에서 보낸 날도 피부는 예민하고 건조하다. 사람에 따라 특정 계절에만 피부 트러블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떤 주거환경에 사느냐, 잠을 얼마나 자느냐, 오늘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느냐에 따라서도 피부는 달라진다.

직업상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로서도, 피부 상태가 얼마나 자주 변하는지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환자가 밀려서 물 마실 시간조차 없이 상담하다보면 오후 3, 4시쯤에는 피부가 까슬까슬하다. 잠을 심하게 못 잔 다음 날 아침은 메이크업이 유난히 들뜬다. 좀 더워서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으면 피부가 당기고, 환기를 안 하고 버티다보면 피부에 열이 나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갔다 변덕을 부리는 것이 우리의 피부다. 그러므로 피부타입에 대해서는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보자. 우리의 피부는 지성이면서도 건성이 될 수 있고, 건성이면서도 지성이 될 수 있다.

피부타입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이 구분이 세안제와 화장품의 선택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것이 우리의 피부를 더욱 건성으로, 혹은 더욱 지성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지성피부로 구분된 사람은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비누세안을 심하게 하게 된다. 연이어 알코올이 들어간 화장수, 각질제거 성분이 들어간 로션, 여기에 지성피부에 잘 맞는다는 필오프 타입의 마스크팩이나 스크럽 등을 쓴다. 이런 제품을 날마다 반복해서 쓰다보면 피부는 유난히 건조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피지 분비량이 줄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피지는 호르몬의 분비로 조절되는 것이지, 결코 비누나 화장품으로 조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건조하면서도 번들거리는 심각한 복합성피부로 바뀌게 된다.

건성피부로 구분된 사람은 에센스며 영양크림이며 마사지크림이며 자꾸만 덧바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부타입이 복합성이나 지성으로 바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건성용 제품을 써서 여드름, 뾰루지, 심한 각질 등을 유발한다.

아주 건강한 중성피부도 알코올이 들어간 화장수와 스크럽, 클레이마스크(진흙팩) 등을 자주하다보면 금세 얼굴이 민감한 건성이 되어버린다. 이처럼 피부는 변덕이 심하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피부는 작은 얼굴 안에서도 부위마다 타입이 다르다는 것이다. 뺨은 건조한데 이마는 피지분비가 왕성하고, 입 주변은 각질이 일어날 정도로 건조한데 코는 번들번들 기름이 흐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마와 코, 턱 주변은 다른 곳에 비해 피지선이 훨씬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강한 중성 피부도 이마와 코는 때에 따라 번들거린다.

그러니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피부타입에 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리자. 이제 새로운 상식으로 무장하여 자신의 피부타입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 정혜신ㆍ퓨어피부과 원장


입력 : 2006.01.27 10:26 36'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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