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슴 이야기
성형외과 문턱을 넘는 백인백색의 환자들
BR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젊은 시절엔 남편과 자식을 위해 무조건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소중한 나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살았다. 그런데 막상 수술을 하고 나니, 각종 학부모 모임이나 친구들과의 여행에 자신감이 붙고 더욱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느 20대보다 활기찬 직장생활을 겸하고 있는 주부 김모(45세)씨의 말이다.
예전보다 병원문턱을 드나드는 환자들이 다양해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그 중에서도 젊은 층 못지않게 중년 여성도 가슴 확대수술을 원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내원해 가슴확대 수술을 받은 1,651명을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니 그 결과가 뚜렷했다. 19세부터 34세까지의 젊은 여성 환자가 58%(962명)로 가장 많았지만, 35세부터 50세까지의 중년 여성 환자도 40%(661명)로 높은 비율을 차지 하고, 특히 35세 이상의 중년 여성 환자의 경우, 10년 전 8건에 불과했던 가슴 확대 수술이 15배 이상 증가해, 가슴 확대수술의 평균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중년 여성이 힘없고 처진 가슴을 처녀적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은 단지 가슴 크기를 풍만하게 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의도와는 조금 다르다. 연령이 낮을수록 가슴의 크기를 키우려는 경향이 있으나, 중년층일수록 자연스러운 크기와 형태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수술 후 촉감에 대한 강박관념은 줄어들고, 수술을 선택하는 조건은 배우자에게 성적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기 보다 외관상 더 젊고 자신감 있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옷맵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성형에 대한 남성의 관심도 뜨겁다. 부인과 여자친구의 성형을 바라만 보던 제삼자에서 환자의 입장이 된 것이다. 이 역시 그간 내원해 성형한 남성 환자 394명을 조사해 보니 3배 가깝게 증가했음을 수치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꽃미남, 메트로섹슈얼, 몸짱 열풍 등의 영향으로 인해 ‘아름다운’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탓이다.
남성의 몸 관련 성형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부위는 일종의 가슴 성형인 ‘여성형 유방증’이다. 1994년 남성성형을 보면 코가 전체 성형의 36.9%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흉터(27.7%), 여성형 유방증(20.0%)이 이어 나갔다. 반면, 2003년 남성 성형을 보면, 여성형 유방증이 50.0%의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그 뒤로 코(23.0%), 기타 얼굴성형(12.2%)이 뒤따랐다.
여성형 유방증은 주로 청소년기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남성의 가슴이 여성과 같이 봉긋한 형태를 나타내는 증상으로, 특별히 신체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외관상 콤플렉스로 작용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여성형 유방증의 발견률이 늘어난 데에는 남성의 패션 트랜드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한여름 바닷가나 수영장을 제외하고는 웃통을 벗고 다니는 기회가 거의 없어 자연히 여성형 유방증 환자들의 치료 욕구도 낮았다. 그러나 2000년부터 남성복 중에도 여성의 클리비지 룩과 같이 가슴이 깊이 파인 옷이 나오는가 하면, 여름에 딱 달라붙는 민 소매로 자연스럽게 상체를 보여주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면서, 여성형 유방증의 성형빈도가 10년 사이 무려 7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여성형 유방증의 시술법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본래 초음파를 통해 유선절제와 지방흡입을 진행하는데, 최근엔 내시경을 이용해 혈종, 감각 이상 등의 합병증까지 최소화 시킨 내시경 적출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성형이 이제 더 이상 일부 특권층과 연예인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진료실 문턱은 일반인을 향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다만 너무 쉽게 드나들다가 되려 수술 전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얻고 가는 ‘사고’를 막으려면, 전문의의 선택과 병원의 선택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람성형외과 심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