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왕 최봉춘 칼럼
허리 아픈데 김장하면, 주사로도 치료 안 돼
세연마취통증의학과의원
최봉춘 원장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 왔다. 예전처럼 김치를 많이 먹지는 않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사계절 끊임없이 밥상에 오르는 만큼, 해마다 이맘때면 배추 가격 동향이 민감한 경제 뉴스가 된다.
문제는 김장 담그기가 길고 힘든 노동이고, 특히 척추와 관절에 압박을 주는 자세와 동작이 많아 평소에 아팠던 부위가 더욱 상한다는 것이다.
나이 든 여성일수록 이른바 ‘김장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최소 반나절은 쪼그려 앉아 양념을 버무리며 무거운 대야를 나르다가 결국은 탈이 난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도 사정은 안 좋다. 허리가 불편해도 하루 이틀 쉰다면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가사와 육아까지 챙기다 보니 그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김장 후 나타나는 가장 흔한 질환은 요추(허리뼈) 염좌다. 뼈와 뼈를 이어주는 섬유조직인 인대가 손상돼 통증이 나타난다. 근육의 비정상적 수축까지 동반된다.
요추 염좌는 1달 정도 치료 기간에 대부분 회복되지만 그 동안 얼음찜질 등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폐경 이후에는 근육 감소와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급속한데, 무리한 김장 담그기 후유증으로 척추뼈 내부 통로가 더욱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거나 누워서 다리를 올릴 때 아프고, 척추관협착증은 쪼그려 앉으면 척추관이 조금 넓혀져서 통증이 줄어들기에 환자 스스로도 두 증상을 구분할 수 있다.
통증의 세기는 척추관협착증이 더 심한 편이다. 주요 증상은 오래 서 있거나 걸을 때 척추의 신경 압박이 심해지고 다리까지 저리다. 심해지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해서 주저앉게 될 정도다.
이때는 간단한 물리치료나 주사치료의 시기를 놓친 다음이라 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처럼 환부를 절개하는 수술이 아닌 비수술적 방식으로 치료한다.
척추관협착증 진행 상태가 중등도 이상이라도 황색인대제거술을 통해 만족스럽게 회복할 수 있다.
황색인대는 요추 뒤에서 자세를 잡고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준다. 그런데 제 기능을 못하고 두꺼워지면 신경을 누르는데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이 최신 시술은 환부에 9㎜의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서 병변만을 제거한다. 장점은 부분마취와 최소침습으로 환부 손상이 거의 없고 이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등 전신 질환자와 노약자에게도 안전하다.
아울러 한 시간 시술과 2~3일 입원하면 일상에 복귀할 만큼 회복이 빨라 치료 만족도가 높다.
아무쪼록 김장 증후군이 나타났을 때는 가볍게 여기지 말고 되도록 이른 내원을 당부한다. 허리가 결리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간 병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