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설명하는 약물 이야기
‘페니실린’ 많이 들어 봤는데… 항생제의 조상이라고?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감염과 암 치료 약물
단순 편도염 등으로 병원에 갔는데 ‘항생제 주사’를 놓았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항생제 조상격인 ‘페니실린’에 대해 알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페니실린 기전과 작용
항생제는 화학구조, 작용기전 그리고 병원체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그 중 ‘페니실린(penicillin)’은 사실 오래됐고 유명하다. 1941년 ‘penicillinum’이라는 진균에서 처음으로 분리, 대량 생산됐다. 페니실린은 베타락탐 고리(β-lactam ring)를 가지고 있어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해 효과를 나타낸다. 구조적으로 세균 세포벽을 구성하는 펩티도글라이칸(peptidoglycan) 가닥 말단부위와 유사하다. 페니실린은 세균이 가진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PBPs)과 결합하여 합성 마지막 단계의 교차결합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세균은 약한 세포벽을 갖게 되고 세포사를 일으킨다.
페니실린은 연쇄상구균(streptococci)과 포도상구균(staphylococci) 등 그람양성균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다. 이 균들은 병원에서 편도염이나 폐렴의 흔한 원인이다. 그리고 뇌막염, 피부염, 골염, 관절염, 혈액과 판막 감염, 가스괴저, 매독 치료에도 많이 사용한다.
페니실린 내성과 부작용
페니실린에 노출된 세균은 자신도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일단 페니실린 작용을 못 하게 하는 특정 효소(β-lactamase, penicillinase)를 만들어낸다. 또한, 약물이 세균 내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세균벽 모양도 변화시키고 페니실린이 결합하는 단백질(PBPs)을 변형시킨다. 이런 작용들로 페니실린을 무력화 즉 ‘내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요즘에는 내성을 막고 페니실린 분자를 보호하기 위해 β-lactamase 억제제인 clavulanate, sulbactam을 함께 투여하는 제품(예, AugmentinⓇ)도 사용한다.
페니실린을 척추강 내로 직접 주사하면 신경독성, 2주 이상 사용하면 혈구감소증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페니실린은 부작용이 적어 널리 사용되는 안전한 약물로 볼 수 있다. 가벼운 발적에서 심한 혈관부종, 아나필락시스 등 과민반응이 약 10%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설사, 오심, 구토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아무리 부작용이 적다고 해도 페니실린도 약물이다. 환자의 간 기능과 콩팥 기능 그리고 기저질환과 나이 등 약물의 ‘대사와 배설’을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