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의 남성 클리닉
Q 30대 중반의 회사원입니다. 3년 전 결혼을 했는데 이제 아이를 갖고자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사정이 잘되지 않아 고민입니다. 자위를 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막상 집사람과 관계를 가지면 흥분은 되는데 정액은 나오지 않네요. 사정이 안 되고 성관계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집사람이 성기가 아프다면서 그만 하자고 합니다. 본인도 성행위 자체가 지루해지고 흥미가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도 “오히려 파트너가 좋은 것 아니냐”며 고민으로 받아주지를 않네요. 사정을 제때 할 수 없다는 것이 본인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아이도 가져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비뇨기과에 갔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A 사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사정장애라고 합니다. 조루, 지루, 역행성 사정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조루는 사정 조절이 안 되고 너무 빠른 경우입니다. 역행성 사정은 사정액이 요도를 통해 외부로 나오지 않고 방광 안으로 거꾸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지루나 역행성 사정의 경우 임신에 지장을 초래 합니다. 지루는 본인이 사정을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아 섹스를 도중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질내 사정시간이 얼마나 길어야 지루로 진단할지에 대한 아직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본병원에서는 삽입 30분 이후에 사정을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면 지루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적으로 충분한 자극 후에도 지속적 반복적인 오르가슴의 곤란’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선천적 내분비 이상, 의인성(醫因性) 혹은 신경학적 이상으로 나눕니다. 해부학적 문제가 있거나 갑상선 기능저하 혹은 성선기능 저하에 의해서도 지루가 올 수 있습니다. 전립선 수술, 골반 수술, 다발성경화, 당뇨병, 척추손상 등도 사정을 지연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 사용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정신심리학적 원인으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 피로, 상대에 따라, 성적 자극이 충분치 않아서, 성적 감각의 집중 결여, 지루하고 습관적인 성 행동 등이 있습니다.
진단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자세한 상담을 필요로 하며 특별한 원인이 될만한 질환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혈액 검사와 이학적 검사를 합니다. 필요하면 전립선 검사도 합니다.
치료는 환자의 원인에 따라 맞춤처방을 하며 심리치료, 약물요법, 행동치료 등을 합니다. 최근 본원에서는 행동치료를 동반한 성 치료가 좋은 치료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 치료는 사정에 대한 불안감을 파악해 해소하고자 합니다. 성행위를 하는 동안 산만함을 없애고 성행위와 성기 자극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성적 환상에 대해 새로운 성교육을 합니다. 필요에 따라 교감신경흥분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문의하신 분의 경우 오랫동안 사정장애의 하나인 지루로 고통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자위를 자주 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다른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일부 약물은 사정을 지연시키거나 혹은 방광으로 정액이 역류하게 만듭니다. 많은 분들이 사정에 대한 부담감으로 섹스에 흥미를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장애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문의하신 분처럼 임신에 부담이 있다면 더욱 사정이 힘들 수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시는 것이 지루 극복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지루가 잘 극복되지 않으면 전문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 윤 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의원 원장. 비뇨기과학회 서울시 지회장과 사단법인 열린의사회 회장을 지냈으며, 이화여대병원·연세대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