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수술로 자녀의 영어발음을 좋게 할 수 있을까?
한때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영어발음을 위해 자녀의 혀를 절제한다고 해서 국제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인에게 어려운 발음인 ‘L’, ‘R’ 등을 유창하게 발음하도록 하기 위한 빗나간 치맛바람이었다. 그러나 혀가 극히 짧은 경우가 아니고 정상인 경우라면 혀 수술을 한다고 해서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은 발음을 내게 할 수는 없다.
혀의 길이나 구조는 발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혀짤배기 소리를 내는 아이들 중에는 구강구조의 문제나 잘못된 언어습관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혀를 입술 밖으로 내밀 수도 없을만큼 선천적으로 짧은 혀가 원인인 경우가 더러 있다. 이 때문에 이비인후과에는 대여섯살짜리 꼬마 아이의 손을 붙잡고 혀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많다.
관악이비인후과 전병선 원장은 “혀가 비정상적으로 짧은 아이들은 혀 수술을 받는 것이 한국어든 영어든 발음에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정상적인 아이들이 혀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게 된다면 일부러 발음을 배우러 외국에 나갈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혀 수술은 실제로 정말 혀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설소대’라고 하는 혀를 들어올렸을 때 보이는 가는 띠를 절개해서 혀를 늘려주는 수술이다. 설소대가 혀 앞쪽에 붙어 있어 혀를 말아올리거나 내미는 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ㄹ’발음이나 ‘L’, ‘R’과 같은 발음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짧은 혀가 발음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성인들의 경우 딥 키스에 지장을 주기도 하고, 윗잇몸에 음식물이 낄 경우 혀로 빼낼 수 없는 불편함도 따른다.
혀를 지탱하는 끈을 자른다는 생각에 많은 엄마들이 혹시나 위험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지만 의사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조경래 교수는 “설소대 절제술의 경우 주로 수면마취를 통해 아이를 재워서 수술한다”며 “수술 시간은 15~20분 정도로 간단하며 마취가 깨고 나서는 점심을 먹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부작용도 거의 없다. 단, 설소대를 꿰매다가 악하선(顎下腺)이라고 하는 침샘 구멍을 함께 꿰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조진생 교수는 “혀를 거의 내밀 수 없을 만큼 혀가 짧은 아이라면 언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인 3~4세 이전에 설소대 절제술을 해 주는 것이 좋다”며 “초등학교 이후에 수술할 경우 혀가 이미 굳어져 있기 때문에 언어치료를 함께 받아야 혀짤배기 소리가 교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