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주고 올려주고" 기능성 속옷... 오히려 몸매 망친다

|2006/02/24 17:32


속옷도 진화하고 있다. 폭폭 삶아서 입던 하얀 순면 속옷의 자리를 살처럼 피부에 들러붙는 스판 소재 팬티나 브래지어가 대신하고 있다. 나비 날개같은 쉬폰 블라우스처럼 속이 훤히 비치고, 몸매를 그대로 드러나 보이게 하는 섹시한 옷들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남자들도 최근에는 헐렁한 트렁크 팬티 대신 옷맵시와 착용감을 이유로 신축성 있는 삼각 팬티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피부와 1차적으로 만나는 속옷은 이제 위생적인 기능보다는, 살을 재구성(?)하여 실루엣을 살려주는 기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남영L&F(비비안)측에 따르면 팬티 중에서 순면100% 팬티는 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폴리우레탄·나일론·레이온 등 합성수지 소재가 차지하고 있다. 관계자의 말로는 “위생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점차 합성소재가 쓰이고 있는 추세”라며, 면보다 착용감이 좋고, 움직임이 편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진 가슴·히프살은 모아서 올려주고, 올록볼록 엠보싱처럼 튀어나온 허리살·뱃살은 말끔하게 정리해준다는 기능성 속옷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CJ홈쇼핑에 따르면 기능성 속옷이 전체 속옷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 인기 있는 기능성 속옷 제품은 1회 방송에 8000여 개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한다.

어떤 부위의 살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인가에 따라 속옷의 형태 또한 달라진다. 상하의가 일체형으로 연결된 올인원, 가슴에서 힙 바로 위까지 조여주는 코르셋, 복대처럼 배에 두르는 니퍼, 허리선이 배꼽까지 이어지는 브래지어, 지방이 많은 윗배를 조여 주는 하이 웨이스트 거들 등 이름도 어려운 기능성 속옷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다.

일부 속옷 업체들은 보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잠잘 때도 착용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단시간의 압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몸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기능성 속옷들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혈액순환이나 신진대사의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는 “직장 여성이 하루종일 거들이나 코르셋 등의 압박이 심한 옷을 입을 경우, 다리가 붓거나 심할 경우는 혈전(피떡)이나 하지 정맥류도 생길 수 있다”며 경고했다. 아울러 김교수는 “뱃살을 감추기 위해 입는 복대나 거들은 일시적으론 날씬해 보이게 하지만, 장기간 착용시 그로 인해 복근이 제 기능을 단련할 기회가 줄어들어 오히려 더 뱃살이 쳐지는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기능성 속옷을 잘못 입어서 건강을 해쳤다며 한국소비자보호원 접수된 피해신고 사례 중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김모씨는 “3~4개월 전 홈쇼핑을 통해 체형교정을 목적으로 거들과 종아리 보호대를 9만8000원에 구입해서 착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2개월 전부터 종아리가 아파서 파스를 붙여서 지내왔는데, 최근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다리가 아팠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3일 전부터 체형교정 속옷을 입지 않고 있는데, 다리 아픈 증상이 말끔히 없어져서 홈쇼핑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꽉 끼는 속옷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날씬해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작은 속옷을 입는 것도 좋지 않다. 지나치게 몸을 조이는 속옷은 위나 장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줄어들게 하여 장기의 움직임을 둔화시켜 결국 소화장애나, 역류성 식도염, 변비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속옷을 잘못 입을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부위는 역시 생식기관이다. 건국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손인숙 교수는 “꽉 끼는 속옷이나 스판 소재의 속옷은 통풍이 안돼 질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체형보정 속옷이 꽉 끼는 데다 폴리우레탄, 나일론과 같은 화학섬유의 비중이 커서 여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손교수의 설명이다.

물리적인 압박도 건강에 해롭지만 신축성을 위해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합성소재들도 피부에 악영향을 끼친다. 대개 신축성이 좋은 속옷들은 스판덱스라고 하는 폴리우레탄 이나 나일론 등에 면이나 기타 식물성 천연소재들을 섞어서 직조하는데, 이런 합성소재들은 피부 알레르기나, 가려움증, 염증 등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한때 붐을 이뤘던 ‘누브라’(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끈 없는 접착식 브래지어)처럼 피부에 밀착시키는 브래지어의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피부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