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심장병은 임신 초기 태아의 심장 형성 과정에 이상이 생겨 태어날 때부터 심장구조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치료와 관리가 잘 이뤄지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운동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 활동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에 맞서 ‘할 수 있다’를 증명해 온 이들이 있다. 2016년 한라산 등반을 시작으로 2024년 해발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오른 선천성심장병 환우회 등산 모임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다.
◇편견을 넘어 ‘할 수 있다’를 증명하다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는 선천성심장병 환자도 충분히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구력과 도전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등산을 통해 질환이 곧 한계라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과잉 보호와 편견이 질환보다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수술 흉터나 건강 악화를 우려해 운동이나 또래활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환우회에서는 ‘흉터 보이기’,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캠페인 등으로 인식 개선을 시도했다. 이런 흐름 속에 2015년 일본 선천성심장병 환우들의 후지산 등반 소식이 계기가 돼 원정대가 출범했다.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도전을 택했다. 의료진에게 아이들의 병력과 수술 이력, 현재 상태를 공유하고 연습 산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위험을 관리했다. 부천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 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전남대병원 흉부외과 정인석 교수가 함께했다.
◇편견을 넘어 ‘할 수 있다’를 증명하다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는 선천성심장병 환자도 충분히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구력과 도전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등산을 통해 질환이 곧 한계라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과잉 보호와 편견이 질환보다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수술 흉터나 건강 악화를 우려해 운동이나 또래활동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환우회에서는 ‘흉터 보이기’,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캠페인 등으로 인식 개선을 시도했다. 이런 흐름 속에 2015년 일본 선천성심장병 환우들의 후지산 등반 소식이 계기가 돼 원정대가 출범했다.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도전을 택했다. 의료진에게 아이들의 병력과 수술 이력, 현재 상태를 공유하고 연습 산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위험을 관리했다. 부천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 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전남대병원 흉부외과 정인석 교수가 함께했다.
◇두려움에서 가능성으로 바뀐 시선
2016년, 첫 한라산 등반은 13시간에 걸친 도전이었다. 비와 추위 속에서 이어진 산행에 불안을 느꼈지만 무사히 하산한 뒤 한 아이가 밝은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환아 부모 배문숙씨는 “그제야 아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두려움과 안도 그리고 해냈다는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첫 등반 후 활동이 체계화됐다. 주말마다 연습 산행을 하며 매년 한 차례 고산 등반에 도전했고 2024년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에 성공했다. 이 경험은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Pediatrics’에 게재되며 선천성심장병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
인식 변화도 이어졌다. 환아 부모 배문숙씨는 “인식 개선의 대상이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아이도 결국 할 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생겨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산행을 이어가게 됐다”고 했다. 안상호 대표는 “아이들이 못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어릴 때부터 경험을 쌓은 아이들은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소아심장과 영역에서도 선천성심장병 환아의 운동을 무조건 제한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환아들에게 적절한 신체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16년, 첫 한라산 등반은 13시간에 걸친 도전이었다. 비와 추위 속에서 이어진 산행에 불안을 느꼈지만 무사히 하산한 뒤 한 아이가 밝은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환아 부모 배문숙씨는 “그제야 아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두려움과 안도 그리고 해냈다는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첫 등반 후 활동이 체계화됐다. 주말마다 연습 산행을 하며 매년 한 차례 고산 등반에 도전했고 2024년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에 성공했다. 이 경험은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Pediatrics’에 게재되며 선천성심장병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
인식 변화도 이어졌다. 환아 부모 배문숙씨는 “인식 개선의 대상이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아이도 결국 할 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생겨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산행을 이어가게 됐다”고 했다. 안상호 대표는 “아이들이 못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두려움 때문에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어릴 때부터 경험을 쌓은 아이들은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소아심장과 영역에서도 선천성심장병 환아의 운동을 무조건 제한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환아들에게 적절한 신체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음은 ‘세상을 바꾸는 원정대’ 환아·부모들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함기선씨 “아들 우진이는 선천성심장병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형태인 단심실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중학교에서 손꼽힐 정도로 체격이 좋고 계주 대표와 농구 시합에도 나간다. 현재는 심장병이 일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운동을 잘하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를 걱정하거나 심장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는 일도 없다.”
배문숙씨 “중학생이 된 아들 찬율이도 자신을 환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환우회에서 같은 흉터가 있는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 덕분이다. 수영장에서 친구들이 흉터를 보고 놀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친구들이 심장 수술해서 군대 안 가서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웃었다.”
조병준군 “히말라야 원정은 보호자가 함께해야 해서 원래는 갈 수 없었다. 그래도 형들을 따라 모든 훈련에 참여했고, 산 두 개를 이어 타는 훈련조차 버텨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회사에 부탁해 휴가를 얻으면서 결국 안나푸르나에 다녀올 수 있었다. 완전대혈관전위를 가지고 태어나 수술 흉터가 있다. 유치원 때 친구들이 이를 보고 ‘왜 배꼽이 두 개야’라고 물었을 땐 당황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하면서 운동하는 게 즐겁고, 체대 진학도 목표로 하고 있다”
-참여를 결심한 계기는?
배민정씨 “아들 온유가 태어나기 전날 팔로사징 진단을 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환우회와 원정대 선례를 보며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2023년 아이의 수술 직후 첫 산행에서도 아이가 너무 잘 걷는 모습을 보며 결국 내 마음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 서류에도 ‘한라산 정상까지 다녀올 만큼 건강하니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고 적었다.”
황지애씨 “나 역시 선천성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고, 아들 강빈이도 총동맥간증이라는 선천성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이의 병을 알았을 때 잠시 좌절했지만, 아이를 낳으며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 아이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어 한라산 등반에 참여했다. 중간에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원정대 분위기에 휩쓸려 더 올라갔고, 정상까지는 못 갔지만 그 경험이 나와 아이 모두를 바꿨다. 검사 때마다 운동 좀 하라는 말을 듣던 내가 이제는 꾸준히 크로스핏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나도, 아이도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환우회가 생각하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안상호 대표 “의료 현장의 최전방은 바뀌었지만 산전 진단이 이뤄지는 산부인과의 벽은 여전히 높다. 임신 20주 전후 심장병이 발견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출산을 포기하라는 권유가 나온다. 우리는 선천성심장병을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병’이라 표현한다. 부모가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순간 생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보의 격차다. 현재는 대부분 치료가 가능함에도 과거 지식에 머문 채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산부인과 단계에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선천성심장병 수술비 전액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픈 아이를 낳으려는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지면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치료를 책임진다는 믿음이 형성돼야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향후 목표는?
안상호 대표 “거창한 목표보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산전 진단 순간 아이가 ‘낳을지 고민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실제 아이들의 원정대 활동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인식 개선 활동을 통해 부모들이 두려움 대신 가능성을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심장병 산전 진단을 받은 부모들에게.
배문숙씨 “심장이 온전하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심장병이 있다고 해서 불행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심장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삶 자체는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함기선씨 “아들 우진이는 선천성심장병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형태인 단심실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중학교에서 손꼽힐 정도로 체격이 좋고 계주 대표와 농구 시합에도 나간다. 현재는 심장병이 일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운동을 잘하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를 걱정하거나 심장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는 일도 없다.”
배문숙씨 “중학생이 된 아들 찬율이도 자신을 환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환우회에서 같은 흉터가 있는 친구들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 덕분이다. 수영장에서 친구들이 흉터를 보고 놀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친구들이 심장 수술해서 군대 안 가서 부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웃었다.”
조병준군 “히말라야 원정은 보호자가 함께해야 해서 원래는 갈 수 없었다. 그래도 형들을 따라 모든 훈련에 참여했고, 산 두 개를 이어 타는 훈련조차 버텨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회사에 부탁해 휴가를 얻으면서 결국 안나푸르나에 다녀올 수 있었다. 완전대혈관전위를 가지고 태어나 수술 흉터가 있다. 유치원 때 친구들이 이를 보고 ‘왜 배꼽이 두 개야’라고 물었을 땐 당황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친구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하면서 운동하는 게 즐겁고, 체대 진학도 목표로 하고 있다”
-참여를 결심한 계기는?
배민정씨 “아들 온유가 태어나기 전날 팔로사징 진단을 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환우회와 원정대 선례를 보며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2023년 아이의 수술 직후 첫 산행에서도 아이가 너무 잘 걷는 모습을 보며 결국 내 마음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 서류에도 ‘한라산 정상까지 다녀올 만큼 건강하니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고 적었다.”
황지애씨 “나 역시 선천성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고, 아들 강빈이도 총동맥간증이라는 선천성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이의 병을 알았을 때 잠시 좌절했지만, 아이를 낳으며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 아이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어 한라산 등반에 참여했다. 중간에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원정대 분위기에 휩쓸려 더 올라갔고, 정상까지는 못 갔지만 그 경험이 나와 아이 모두를 바꿨다. 검사 때마다 운동 좀 하라는 말을 듣던 내가 이제는 꾸준히 크로스핏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나도, 아이도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환우회가 생각하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안상호 대표 “의료 현장의 최전방은 바뀌었지만 산전 진단이 이뤄지는 산부인과의 벽은 여전히 높다. 임신 20주 전후 심장병이 발견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출산을 포기하라는 권유가 나온다. 우리는 선천성심장병을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병’이라 표현한다. 부모가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순간 생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보의 격차다. 현재는 대부분 치료가 가능함에도 과거 지식에 머문 채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산부인과 단계에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선천성심장병 수술비 전액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픈 아이를 낳으려는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지면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치료를 책임진다는 믿음이 형성돼야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향후 목표는?
안상호 대표 “거창한 목표보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산전 진단 순간 아이가 ‘낳을지 고민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실제 아이들의 원정대 활동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인식 개선 활동을 통해 부모들이 두려움 대신 가능성을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심장병 산전 진단을 받은 부모들에게.
배문숙씨 “심장이 온전하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심장병이 있다고 해서 불행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심장의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삶 자체는 다르지 않다.”
조병준군 “심장병이 있어도 다른 친구들과 다를 게 전혀 없다고 느낀다. 똑같이 뛰어놀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