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인터뷰
‘선천성심장병 명의’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올해 초 세계적 소아청소년과 분야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페디아트릭스’에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의 히말라야 등반기를 다룬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해당 연구의 책임저자인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실제 2024년 2월 기능성 단심실, 폐동맥폐쇄 등과 같은 선천성심장병을 가진 환자들과 함께 해발 4130m에 달하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올랐다. 이들은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무사히 등반을 마침으로써, ‘선천성심장병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편견을 완전히 깨부쉈다. 지난 4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선천성심장병 환자들도 잘 치료받으면 남들처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 20시간에 걸친 밤샘 수술을 끝낸 그는 이날도 하루 종일 수술실과 진료실을 오가다 겨우 시간을 내 인터뷰에 임했다.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구겨진 수술복 차림으로 주머니에 마스크를 욱여넣은 채 환자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이제 막 의사가 된 이들 못지않은 열정과 집념이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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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임신 중 태아의 선천성심장병이 확인되면 예후가 안 좋은 편인가?
“아니다. 심장병이 있어도 임신을 유지하고 아기의 발육이 잘 이뤄진다면 그 심장은 치료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선천성심장병이 있으면 임신 중 발견하는 비율이 98%가 넘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제때 치료만 하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심장 기형이 심한 경우 세 차례 정도 수술이 필요한데, 실제로 아이를 낳은 후 잘 수술하고 관리하니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었다.”

-‘심장 기형이 심한 경우’라면?
“사람의 정상적인 심장은 2심방 2심실 구조로 동맥과 정맥이 분리돼 있다. 그런데 이와 다른 구조의 심장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반쪽만 갖고 태어난 경우, 즉 단심실인 경우가 가장 심장 기형이 심한 편에 속한다. 동맥과 정맥이 섞여 있어, 세 단계 수술을 통해 분리시켜야 한다.”

-수술은 출생 직후 진행하나?
“단심실일 경우 출생 직후부터 수술을 준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출생 후 한 달 안에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 난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졌는데?
“수술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수술 전 생리적 여력이 매우 낮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위험도가 높고, 합병증이 발생하면 환자가 이를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중환자실에서 24시간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단심실인데 폐동맥 고혈압이 있어 폐가 손상된 경우엔 수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자책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실제 부모에게 원인이 있을 가능성은?
“실제로 자녀에게 선천성심장병이 확인되면 죄의식을 갖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유전적인 경우는 정말 극소수다. 대부분은 부모와 관련 없이 문제가 생긴다.”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은데?
“선천성심장병이 있는 환자들을 수술을 통해 살리기 시작한 게 약 40년 전부터다. 그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얼마나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생긴 편견들이 있다. ‘심장이 반쪽만 있으니, 수술을 받아도 정상인보다 부실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로 인해 임신 후 태아가 단심실로 확인되면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지 않다(수술을 받으면 괜찮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수술을 통해 환자를 살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심지어 의료인조차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어 치료를 주저한다.”

-‘수술 후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 역시 오해라고?
“치료 후 보호자가 외래에 와서 ‘아이가 축구를 해도 되냐’고 물으면, ‘해도 된다. 대신 축구를 하고 힘들어하면 병원에 오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조심하라’고 하면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 시키기 때문이다. 조심하라는 게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데, 그럼에도 부모 입장에서는 과잉보호하게 되고 점점 집에만 있게 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하다보니 모든 활동에서 열외된다. 그러다보면 심장이 괜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한다. 실제 외래에서 인바디 검사를 해보면 근육량이 현저히 떨어진 아이들이 많다.”


-심장병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체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않나?
“잘못된 연구다. ‘심장병이 있으면 운동하면 안 된다’는 편견 때문에 평생 운동을 안 하던 사람한테 갑자기 운동을 시키고 검사하면, 유산소 능력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운동을 안 시켜서 유산소 능력이 떨어진 건데, 그걸 심장병 때문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거다. 심장병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운동을 해야 유산소 능력이 좋아지고, 운동을 안 하면 유산소 능력이 떨어진다.”

-실제 환자들에게 운동을 시켜보니 다른 결과가 확인됐다고?
“조금씩 운동을 하니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년 정도 지난 후에는 단심실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정상 심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의 유산소 능력에 차이가 없었다.”

-환자들과 산에 오르게 된 계기는?
“‘운동하면 안 된다’는 편견 때문에 환자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환자는 환자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온가족이 집단 우울증, 죄의식에 사로잡혔다. 이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등산을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올해 10년째 됐다. 꾸준히 등산을 해보니 부모도 환자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말라야에도 올랐는데?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 괜찮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은 수술을 받아도 부실하다’고 믿는다.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 등반 후 연구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직접 나서는 이유는?
“어린 환자의 경우 수술을 잘 끝내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상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의료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술해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도, 심장병 수술 이력이 있으면 취업이 안 된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히말라야 등반과 같은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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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한 교수(윗줄 오른쪽에서 네 번 째)가 복잡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청소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와 함께 2024년 2월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제공
-주제를 바꿔서, 진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한국에서 소아흉부외과가 기피과가 된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수술이 잘 끝나는 건 당연한 거고, 반대로 수술이 잘못되면 100% 소송이다. 소송이 걸리면 의료진이 지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과는 주로 부모를 상대하는데, 난감한 경우가 적지 않다. 외래에 와서 녹음기를 틀고선 ‘말씀해보라’하는가 하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모은 자료들을 던져주고선 의견을 묻는 보호자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진 입장에선 하고 싶은 말보다는 형식적인 말,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될 말만 하게 된다.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없고, 법적 책임의 위험만 있으니 아무도 안 맡으려고 한다.”

-실제 소송 경험이 있나?
“모든 병원에서 ‘수술하면 죽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던 환자에게 ‘늦었지만 어린 나이고 희망이 있으니 시도해보자’고 했다. 부모가 ‘수술 권유한 건 당신이 처음이다’며 동의하고 수술했다. 2차 수술까지 잘 끝났고, 퇴원 후 3차 수술을 앞둔 상황이었다. 근데 갑자기 환자가 각혈을 하기 시작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몸에서 계속 실핏줄들을 만들어내는데, 그 실핏줄이 터지면서 각혈 증세를 보인 거다.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환자를 살렸는데, 보호자가 소송을 걸어왔다. ‘이 사람이 권유해서 수술했는데 멀쩡한 애가 이렇게 됐다’는 거였다.”

-어떻게 됐나?
“1심에서 패소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항소했고, 2심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 조건을 걸었다. 남은 3차 수술을 병원에서 무료로 해주라는 거다. 의료진 과실이 없지만 환자도 과실이 없다는 이유였다. 거절했다. 이미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깨져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소아흉부외과 의사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
“좋지 못하다. 의사들조차 소아흉부외과 의사에게 ‘누가 하라고 했냐, 좋아서 해놓고 왜 힘들다고 하느냐’고 이야기한다. 이러니 누가 하려고 들겠나.”

-국내 의대 교육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전국 40개 의대생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해보니, 입학할 때만 해도 국제 보건, 공공 의료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졸업할 때가 되면 돈벌이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건 학생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의과대학이 잘못된 거다. 최근까지도 의대생에게 의사로서 인성이나 도덕성, 품위 등을 가르치는 수업이 한 시간도 없었다. 의과대학이 전문학교, 기술학교가 됐다. 필수의료라는 건 환자가 주는 기쁨, 의사로서 자부심 등에서 가치를 찾고 즐거움과 보람을 느껴야 하는 건데, 모든 게 돈에만 초점이 맞춰진 지금 사회에서는 필수의료가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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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김웅한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에서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제 보건을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면서 선천성심장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도 진행하고 있다. 선천성심장병으로 인해 죽어가던 아이가 수술 후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며 소아흉부외과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는 김 교수는 “환자가 주는 기쁨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의사의 길을 선택한 순간부터 내 삶은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국민을 위한 삶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