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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당이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전공의들이 "의료 인력을 국가 통제 아래 두고 강제 동원하려는 발상"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계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를 '필수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마취, 영상 검사 등 필수유지 의료행위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하거나 폐지·방해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0일 성명을 내고 "보건의료 현장의 본질적인 구조를 외면한 채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 인력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고 강제로 동원하겠다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대전협은 "이미 드러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인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비겁한 시도"라며 "젊은 의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른바 '강제노역법' 발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또 "현장의 전공의들이 왜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법으로 묶어두고 강제로 일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현대판 강제노역'"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의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며, 국제적 기준마저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대신 법적 강제를 앞세운 겁박은 당장의 공백을 잠시 가릴 수는 있을지 모르나, 미래 의료의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만들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일으키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의과대학 교수들도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의료인 개인의 중단 행위만 형벌로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이 법안은 공개적 집단행동을 억누르는 대신 필수과 지원 기피, 당직·온콜 회피, 고위험 진료 축소, 지역의료 이탈을 심화시켜 필수의료 기반을 붕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적정 인력도, 안전한 진료 환경도 없이 형식적 연속성만 강제하는 법은 '환자안전법'이 아니라 '환자위험법'"이라며 "국회는 처벌 입법을 멈추고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한 구조적 실패에 대한 검증과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