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캠페인 '희귀난치질환 희망 동행'

원인 미상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마다 증상 달라
10~30대 여성에게 특히 흔해… 드물게 남성 환자도
스테로이드제·면역억제제 중심으로 다양한 약 병용
"진료 지침 잘 따라야… 꾸준한 약 복용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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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해림 교수가 전신홍반루푸스의 조기 진단 방법과 치료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 항체가 몸을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진단 자체는 쉽지만, 환자 스스로 몸에 생긴 이상을 '루푸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치료가 늦어지면 몸에 생긴 이상이 점점 심해진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해림 교수는 "루푸스는 '1000가지의 모습을 지닌 질환'이라고 할 정도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젊은 여성이면서, 병·의원에서 치료를 거듭해도 호전되지 않는 이상 증상이 있다면 한 번쯤 전신홍반루푸스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명확한 원인 밝혀지지 않아

전신홍반루푸스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외에도 유전·환경·면역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자가 항체들이 생성한 항원과 면역복합체가 몸 여러 장기에 침착함으로써 다양한 장기 부전 증세가 생기는 것이 핵심이다. 김해림 교수는 "전신홍반루푸스 여성 환자는 10대 후반부터 30대가 많다"며 "폐경 후 여성이 진단받는 사례도 있지만 아주 드물다"고 했다.

전신홍반루푸스 증상은 항원과 면역복합체가 몸 어느 곳에 침착되느냐에 따라 ▲피부 발진 ▲구강 궤양 ▲탈모 ▲혈관염 ▲관절통 ▲신장염 ▲흉막염 ▲심근염 ▲폐렴 ▲근육염 ▲빈혈 ▲백혈구·혈소판 감소증 ▲신경계 질환 등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피부 발진, 관절통, 근육통, 백혈구·적혈구 감소, 빈혈 등이 특히 흔한 증상이다. 김 교수는 "피부 발진은 얼굴의 양 뺨과 콧잔등에 나비 모양으로 생기는 것이 전형적이지만, 비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전신홍반루푸스가 의심되면 우선 혈액을 이용한 항핵항체 검사를 통해 몸에 자가 항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여기서 양성이 나오면 전신홍반루푸스와 관련된 특이적인 자가 항체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혈액 검사로 넘어간다. 질환에 대해 알지 못해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보면 확진에 2~3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조기에 전신홍반루푸스를 의심해 일찍 류마티스내과 의사를 만난다면 쉽게 진단될 수도 있다.

증상 고려해 치료제 선택·사용

치료 전략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달라진다. 이상 증상이 있어도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정도가 아니라면 저용량 스테로이드제나 항말라리아제를 사용한다. 피부 발진이 있거나 관절이 살짝 붓는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뇌신경이나 심장 등 생명에 중요한 신체 기관이 망가지고 있다면 스테로이드제 용량을 올리고, 리툭시맙과 인터페론 차단제 등 면역억제제를 써야 할 수 있다. 김해림 교수는 "최근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임상 연구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지만, 기존의 약물보다 훨씬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신약은 아직 없다"며 "완치법이 존재하지 않아 다양한 약물을 병용하거나 필요 시 약물을 바꿔가며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고 말했다.

현재 루푸스 치료에 쓰는 생물학적 제제는 '벨리무맙'이 유일하다. 자가 항체를 만들어내는 세포 중 하나인 B세포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이다. B세포 말고도 자가 항체를 만들어내는 세포가 있다 보니, 면역 반응 전반을 폭넓게 조절하는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에 비해 효과가 우월하지 않을 수 있어 이들 약과 병용하는 편이다.

김해림 교수는 "어떤 약들을 함께 사용할지는 의사의 경험과 최신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토대로 판단한다"며 "주치의 경험에 따라 치료 성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꾸준히 치료하면 진행 막을 수 있어"


현재 전신홍반루푸스 치료에서 스테로이드제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문제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다가 의사와 상의 없이 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살이 찌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은 루푸스로 인한 건강 이상이 갑자기 악화돼 1~2년 후에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김해림 교수는 "먹어야 할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약물 복용 기간이 길어져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다"며 "주치의의 처방을 충실히 따라서 최대한 빨리 증상을 잡고, 약 복용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해당 부작용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 사용 시에는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항생제를 병용하거나 적극적인 예방 접종을 권유한다. 골다공증 위험도가 상승하는 환자의 경우 칼슘 제제를 병용할 수 있다.

루푸스는 완치가 없지만, 환자의 80% 이상이 '임상적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기존 치료를 유지하기만 하면 질환이 더 진행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관해에 도달한 후에는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들러 혈액·소변 검사를 하면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나빠지기 전에 혈액·소변 검사상 이상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는 선제적으로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를 쓰면 질환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루푸스는 미리 대응하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질환"이라며 "질환이나 부작용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주치의가 제시하는 치료 여정을 잘 따라가기 바란다"고 했다.

[루푸스 환자도 '비만약' 쓸 수 있나요?]

전신홍반루푸스로 인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후 체중 증가를 경험하는 환자들이 있다. 스테로이드가 체내에 머무는 수분량을 늘려 부종을 유발하는 데다, 식욕을 돋우고 지방도 쉽게 축적되도록 만드는 탓이다. 스테로이드 때문에 증가한 식욕은 약을 끊은 후에도 유지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일부 전신홍반루푸스 환자들은 '위고비'와 같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 사용을 고민하기도 한다. 이 약은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춘다.

전신홍반루푸스 환자 역시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따른 식욕·체중 증가 부작용 때문에 비만약을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언제나 루푸스 치료가 우선이다. 환자에 따라서는 다른 면역억제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스테로이드제 복용량을 줄여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해림 교수는 "환자가 비만 치료제 적응증 기준을 만족한다면, 약을 처방받아 식욕을 조절해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선 주치의 처방대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후, 루푸스가 잠잠해져야 이런 선택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건국대병원과 함께하는 '희귀난치질환 희망 동행' 캠페인

건국대병원이 '희귀난치질환 희망 동행' 캠페인을 진행한다. 희귀난치질환을 진단 받은 환자가 막막하지 않도록,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이 질환의 특징과 진단, 최신 치료 방향 등을 소개한다.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