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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자마자 걷기 보다는 15~30분 후에 시속 3~4.5km 정도​로 걷는 게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후 걷기는 소화를 돕고 혈당을 완만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위장 운동이 거의 멈춰버린 당뇨병성 위무력증 환자에게조차 위장 기능을 회복하고, 혈당 관리를 하는 방법으로 식후 산책이 권장될 정도다. 다만 이러한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언제’, ‘얼마 만큼의 강도로’ 걷느냐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내과 전문의 박재석 교수가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건나물TV’를 통해 적절한 식후 운동 방법을 소개했다.

◇식후 15~30분 뒤 걷기 시작 
식사를 마치자마자 걷기 보다는 15~30분 후에 걷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밥 숟가락 놓자마자 나가는 게 아니라, 15분에서 30분 정도 있다가 시작하는 게 좋다”며 “잠시 안정을 취하고 위 속 음식물이 초기 소화 과정을 거치는 시점에 시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 타이밍이 혈당이 급격히 오르기 직전이라, 이때 움직여야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후에는 위장으로 혈액이 집중되며 소화가 시작되고, 이후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이 빠르게 상승한다. 이때 가볍게 걷기 시작하면 근육이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즉시 사용하면서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국제학술지 당뇨병학에 게재된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에 따르면, 식후 가벼운 걷기는 혈당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위장으로 향하는 혈류가 유지된 상태에서 몸이 움직이기 때문에 소화 과정도 방해받지 않는다. 게다가 소화를 촉진하고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걷는 동안 복부 근육이 자극돼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지고, 음식물과 가스가 장을 따라 더 원활하게 이동한다. 장내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면역 시스템에 관여하는 장내 유익균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옆 사람과 대화 가능할 정도로
강도는 시속 3~4.5km 정도가 좋다.옆 사람과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빠르기로 걷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이 정도면 위장으로 가는 피는 지키면서 근육 속 포도당 흡수를 도울 수 있다”며 “이때 호흡을 깊게 내뱉으며 15~30분 정도 걸으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최대 체력의 50% 수준의 걷기에서는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유지된다. 심장이 더 활발히 작동하면서 소화기와 근육에 동시에 혈액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반면 강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문제가 된다. 최대 체력의 75%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위장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복통이나 소화 불량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식후 운동을 하고 옆구리가 쑤시는 느낌이 들면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하는 이유다. 호흡도 중요하다. 얕고 빠른 호흡보다, 들이마신 뒤 길게 내쉬는 호흡이 위장 혈류 흐름을 더 원활하게 만든다.

다만 건강 상태에 따라 식후 걷기가 권장되지 않기도 한다. 걷는 중 복부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단순 소화 문제가 아니라 혈관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동맥경화 등으로 혈관이 좁아진 경우, 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하체 근육으로 쏠리면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걷기보다 휴식을 취하고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최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