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시간 질 높은 잠을 자지 못하면 아무리 비싸고 피부에 좋은 성분의 화장품을 발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수면 부족이 피부를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면 여러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는데, 이 호르몬들은 피부를 보호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피부 세포 회복을 돕는다. 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줄이고, 검버섯 등으로 이어지는 색소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피부를 밝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은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활성화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인다. 코르티솔은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엘라스틴·콜라겐 등을 분해해 주름 형성을 촉진한다. 세포 재생을 돕는 성장호르몬도 수면 중 분비가 가장 활발해지는데, 잠을 못 자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호르몬은 피부 세포를 재생할 뿐 아니라 체내 보습 물질인 히알루론산이 피부에서 물 분자를 끌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
피부 자체도 자는 동안 스스로 정화 과정을 거친다. 노폐물을 배출하고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엘라스틴 등을 합성한다. 잠을 못 자 생체리듬이 깨지면 면역력이 약화하면서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6000명 이상의 수면 습관을 추적한 미국 연구에서 수면 패턴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은 일정한 사람보다 빠른 노화로 생물학적 연령이 더 높았다.
노화한 피부 세포는 주변 세포 노화를 촉진할 뿐 아니라 인지 기능도 떨어뜨린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홍지연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노화된 세포가 전반적으로 축적되면 각질층 형성이 잘 안돼 더 많은 사이토카인 등 염증 물질을 만들어낸다"며 "이 물질이 혈액을 타고 뇌로 이동해 가벼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다른 곳에서도 노화 현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피부과 마오치앙 맨 교수 연구팀이 피부가 건조한 그룹과 건조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더니, 건조한 그룹이 혈액 속 염증 물질 농도가 더 높았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더 빨랐다.
잠을 잘 자고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는데 계속 피부가 건조하거나 트러블이 생긴다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은 구강 호흡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입을 통해 이물질과 세균이 체내로 들어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피부 조직과 연결된 모세혈관까지 충분한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 신진대사도 떨어져 피부 노폐물이 잘 배출되지 않는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먼저 7~9시간을 잘 수 있는 수면 시간을 정해야 한다. 정한 시간에 자고 깨는 생활 패턴을 만들고, 잠들기 전에는 블루라이트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도록 서늘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