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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전경/사진=연합뉴스
건강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일부러 내지 않거나 장기간 체납한 가입자들이, 앞으로는 병원비를 돌려받을 때 밀린 보험료부터 강제로 공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6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공단은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과 건강보험료 고액·장기 체납자의 체납액을 직접 상계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할 방침이다. 이는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비 환급 혜택은 그대로 받아 가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인부담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1년 동안 병원비로 낸 금액이 개인별 상한액을 넘으면, 그 초과분만큼을 공단이 환급해 주는 제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13만5776명이 총 2조7920억 원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그동안은 고액·장기 체납자라 하더라도 본인이 동의해야만 환급금에서 밀린 보험료를 뺄 수 있었다. 민법 제497조에 따라 압류가 금지된 채권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상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료를 수개월에서 수년간 체납한 일부 가입자들이 환급금은 그대로 받아 가는 불합리한 구조가 이어져 왔다.


실제 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보험료를 13개월 이상, 1000만원 넘게 체납한 고액·장기 체납자 가운데 1926명이 본인부담상한제로 의료비 환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390억3265만 원, 환급액은 18억9344만 원에 달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본인부담상한제 대상자에게 체납 보험료가 있을 경우, 환급금을 지급하기 전에 체납액부터 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현재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앞으로는 환급 대상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체납 보험료가 자동 차감된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의 의료비 환급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가입자가 300만 원의 보험료를 체납했다면, 종전에는 본인이 거부할 경우 500만 원 전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체납액 300만 원을 뺀 200만 원만 받게 된다.

공단은 법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 하반기에 맞춰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급금 지급 과정에서 체납액을 자동 계산·공제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 업무 지침과 세부 공제 기준 마련도 병행하고 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