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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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뇌 CT 사진/사진=Springer Nature
오른손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증상에 병원을 찾았다가 초희귀질환을 진단받은 아일랜드 국적 70대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29일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일랜드 워터퍼드에 거주하는 익명의 76세 남성 A씨는 자택 침대 근처에서 쓰러졌고, 이를 발견한 간병인이 신고해 지역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를 진료한 의료진에 따르면, A씨는 불안 증세가 있었으며, 오른팔이 공중에 떠서 저절로 움직이거나 때로는 오른팔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머리를 때린다고 의료진에게 주장했다. 동물을 보는 환각 증세도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간병인 또한 의료진에게 A씨가 종종 방향 감각을 잃어 넘어지면서 침대를 붙잡으려 하거나, 팔을 마구 휘두르며 괴로워한다고 보고했다.

입원 후 A씨의 증상은 더 심해졌다. 입원 후 24시간이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A씨는 오른팔뿐만 아니라 왼팔도 무의식적으로 허공에 들어올리기 시작했으며, "팔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의료진에게 주장했다. 두 팔이 A씨의 의지와 무관하게 옷과 몸통을 움켜쥔 결과 팔과 손이 부어오르기도 했다.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A씨는 뇌졸중으로 인해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왼쪽 측두엽과 시각 정보 해석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다. 손상 범위는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기관인 뇌량(좌우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C자 모양의 신경섬유 다발)까지 확장됐다. 이 외에도 심부전, 당뇨병, 궤양성 대장염, 고혈압, 폐색전증(동맥 폐쇄) 등 여러 만성 질환도 앓고 있었다.

의료진은 이 뇌 손상이 뇌졸중의 징후였으며, 뇌 손상으로 인해 극도의 희귀질환인 '외계인 손 증후군(AHS)'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했다. 의료진은 A씨의 불안과 섬망, 손이 떠오르는 증상 등을 완화하고자 '로라제팜(항불안제)'을 투여했고, 알코올 금단 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A씨는 며칠 후 퇴원했으며, 현재도 재발성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이고자 뇌 영상 검사와 혈액 희석제 투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다만, 외계인 손 증후군의 완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계인 손 증후군은 한쪽 손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 조절·통제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지난 10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50명만 진단된 희귀질환이다.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기보다 목적성을 지닌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일 때가 많다. 단추를 잠그려고 하는데 반대쪽 손이 단추를 풀거나, 물건을 집으려 하는데 다른 손이 놓아버리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스로 몸을 꼬집거나 때리는 등 공격적인 행동도 증상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일반적으로 뇌졸중·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다. 환자들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손상돼 양쪽 뇌를 연결해주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행동·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에 이상이 생겨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외계인 손 증후군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으며,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한 것이라면 뇌압 조절을 진행하며, 내과적인 방법으로 뇌압 조절이 어렵다면 개두술이 필요하다. 뇌종양에 의한 뇌신경 손상이 원인이라면 수술·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한편, 이번 A씨의 사례는 의학 저널 'Springer Nature(의학 사례 보고 저널)'에도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