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명의] 박중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고혈압·흡연·비만 때문에… 젊은 층 뇌졸중 위험 높아져
과격한 운동·목 스트레칭, '뇌혈관 박리' 유발할 수도
증상 방치하다 병원 늦게 찾아…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중현 교수는 젊은 뇌졸중 환자를 꾸준히 치료하고 진료·연구해온 의료진이다. 여러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젊은 뇌졸중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해왔다.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위원회 간사로 있을 땐 젊은 뇌졸중에 대해 알리는 데도 힘썼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데 술과 담배까지 즐기고 있다면 언제든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고 여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편두통부터 마약까지… 다양한 젊은 뇌졸중 원인
좁게는 45세, 넓게는 55세 미만에서 발생한 뇌졸중을 '청년기뇌졸중'이라고 한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십수 년간 40% 정도 증가했다고 보고된다. 본래 뇌졸중은 심장질환과 동맥경화 탓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맥 및 동맥경화반 파열에 의한 혈전이 뇌로 가는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게 허혈성 뇌졸중인 뇌경색이다. 출혈성 뇌졸중인 뇌출혈은 주로 오랜 고혈압으로 약해진 혈관벽이 터지면서 발생한다.
청년기뇌졸중의 경우 원인이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고혈압, 당뇨병이나 편두통, 모야모야병, 뇌동맥 박리 등과 같은 질환은 물론, 마약류 오남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관 내벽 찢어지며 발생… "목 꺾는 운동 주의"
청년기뇌졸중 원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건 '뇌동맥 박리'다. 뇌동맥 박리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의 내벽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내벽 안으로 스며드는 질환이다. 이렇게 스며든 혈액은 혈관 안쪽으로 부푸는 혈종을 형성해 혈관을 좁히거나 막는다. 찢어진 혈관벽이 밖으로 부풀어 동맥류를 형성하는가 하면, 찢어진 혈관벽으로부터 형성된 혈전이 다른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뇌동맥 박리가 전체 뇌졸중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그친다. 그러나 청년기뇌졸중 환자만 놓고 보면 10~25%를 차지한다. 동맥경화가 심하지 않은 젊은 층은 외상이나 운동으로 인해 혈관 내벽이 찢어져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해부학적으로 뇌동맥이 목뼈 등의 구조물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박중현 교수는 "실제 뇌동맥 박리는 목뼈의 가로 구멍을 통과해 뇌 뒤쪽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추골동맥'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라며 "이를 예방하려면 목을 갑자기 꺾는 동작을 조심해야 하는데, 골프나 요가, 운동 전 스트레칭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젊어서 괜찮다'는 인식이 치료 가로막아
청년기뇌졸중이라고 해서 치료법이 다른 건 아니다. 뇌경색은 골든타임(4시간 30분) 안에 혈전 용해·제거 치료하고, 뇌출혈은 최대한 빠르게 뇌혈종의 크기를 줄이거나 수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뇌경색·뇌출혈을 모두 일으킬 수 있는 뇌동맥 박리는 혈관이 박리된 위치와 출혈 동반 여부, 환자의 증상 등을 고려해 치료 방향을 정한다. 박 교수는 "두통, 목 통증, 팔다리 마비, 구음장애 같은 뇌경색 증상이 나타난다면 적극적인 혈전 용해·제거술을 시행해볼 수 있다"며 "뇌출혈 위험이 높은 곳에 박리가 발생했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자연 치유가 기대되는 경우엔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3~6개월 처방하면서 추적 관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년기뇌졸중을 적기에 발견·치료하려면 '젊어서 괜찮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젊은 환자들은 뇌졸중 전조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한쪽 팔 다리가 저리면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잤기 때문에', 말이 어눌하게 나오면 '전날 과음했기 때문에'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박중현 교수는 "젊다고 해도 한 번 후유증이 발생하면 경제활동이 어려워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며 "모든 뇌졸중은 응급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알려주는 '겨울철 뇌졸중 예방법' ]
겨울은 뇌졸중 발생률이 가장 높아지는 계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발생률은 11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월에 정점을 찍고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낮은 기온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급격하게 올리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중현 교수는 "기온 변화가 클 때는 뇌혈관이 반복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부담을 받는다"며 "특히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시기에는 고위험군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 고위험군에는 60대 이상 고령층이나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을 앓는 사람, 흡연·음주를 오랫동안 반복하고 비만한 사람 등이 포함된다.
혈압 관리와 함께, 생활 속 작은 수칙을 지켜야 한다. 외출할 때는 갑자기 찬 공기와 맞닿지 않도록 목도리·모자를 착용하고, 아침 기상 직후에는 급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박중현 교수는 "집 안에서도 난방이 약한 화장실이나 베란다처럼 온도 차가 큰 공간에서는 천천히 움직는 것을 권한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혈압 변화를 자주 확인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