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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대 여성이 의사의 오진으로 말단비대증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워싱턴 포스트
한 20대 여성이 의사의 오진으로 말단비대증을 제때 치료받지 못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애니 세도릭(28)은 2020년 3월, 턱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잠에서 깼다. 세도릭은 “턱에서 계속 딱딱 터지는 느낌이 났다”며 “통증이 심해져 점점 견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강외과 전문의를 찾았고, 의사는 세도릭이 이를 갈아 턱관절 장애가 생긴 것이라며 턱을 제자리로 돌리는 시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통증이 계속됐고, 턱이 다시 튀어나와 재시술을 받아야 했다.

이 시기 세도릭은 갑작스러운 생리 중단도 겪었다. 세도릭은 “나는 항상 규칙적으로 생리를 했고, 피임은 한 번도 안 했기에 매우 이상했다”고 했다. 그는 생리 주기를 정상화으로 돌리기 위해 프로게스틴을 처방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의사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몇 달 안에 다시 정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증상들은 없어지지 않았고, 골반저 통증이 추가로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얼굴이 넓어지고, 입술과 손가락이 부어 자신이 항상 끼고 다니던 반지가 부러지는 등 신체 변화까지 시작됐다.

2년간의 치료에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자 세도릭은 콜로라도의 개인 병원에서 고가의 종합 검사를 받았다. 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채드 프러스맥은 “처음에는 라임병을 의심했지만 성장호르몬 지표인 IGF-1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MRI에서 뇌하수체 종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가 MRI 검사 결과 종양은 1.4cm 크기의 거대선종이었다.

세도릭은 종양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으나 회복 중 화장실에 일어나던 순간 갑자기 구토했고, 구토물이 수술 부위를 통해 역류하며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장내 세균이 뇌와 척수액을 감염시켜 세균성 뇌수막염이 확진됐다. 그는 추가 수술을 받고 2주 만에 퇴원했다.


세도릭은 수술 후 6개월마다 뉴욕대 랭곤헬스에서 내분비학자 니디 아그라왈을 만나 경과를 살핀다. 아그라왈은 “뼈 성장 일부는 되돌릴 수 없지만 연조직은 대부분 회복됐다”며 “증상 발생 후 2년 만에 진단된 것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말단비대증은 보통 진단까지 5~6년이 걸리며, 과거에는 15년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다. 아그라왈은 의료진에게 원인 불명의 신체 통증이 말단비대증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하고 있다.

한편, 세도릭은 최근 종양이 다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현재 아그라왈과 함께 수술, 평생 약물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포함한 새로운 치료 방안을 논의 중이다.

말단비대증은 뇌하수체 종양 등으로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세도릭의 경우처럼 진행이 느린 질환이라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성장기 이전에 발병하면 거인증으로 이어지고, 성장이 끝난 후에는 코·턱·손발 같은 말단 부위가 커지는 말단비대증으로 나타난다. 뼈가 두꺼워지고 얼굴·사지가 커지며, 땀·피지 증가, 쉰 목소리, 두통·시력 문제, 심장 비대, 당뇨병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수술이다. 과거 개두술을 시행했으나, 현재는 코를 통해 접근하는 경접형골동 선종 제거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방사선치료나 방사선 수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