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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는 대표적인 필수 검진 항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모든 병의 치료는 ‘진단검사’에서 시작된다. 진단검사는 혈액·소변·조직·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여부와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 근거를 제공한다.  이 같은 절차는 건강한 삶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며, 동시에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미리 막는 첫걸음이 된다.

◇1단계, '체액 검사'로 이상 신호 감지
진단검사는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몸에서 채취한 검체를 활용한 ‘체액 검사’다. 건강검진의 가장 기본적인 항목으로, 이 중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는 필수 검진 항목에 속한다. 두 검사를 통해 우리 몸의 기본적인 건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혈액 내 혈당 수치로 당뇨병을, 간 수치로 간 건강 상태를, 콜레스테롤 수치로는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한다. 소변 속 단백질이나 혈액 성분을 통해 신장 기능 저하나 요로계 질환도 조기에 발견 가능하다. 조기 진단은 생명과도 직결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사망 위험이 최대 3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고, WHO(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암의 약 3분의 1이 조기 발견·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단계, '분자 진단검사'로 정확히 판별
건강검진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면, 다음으로는 정확히 어떤 병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는 체액 속에 숨어있는 병의 흔적을 분자 단위로 찾아내는 '분자 진단' 기술을 활용한다. 분자 진단 기술은 혈액뿐만 아니라 침·뇌척수액 등 체액을 자세히 분석해 C형 간염 바이러스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알츠하이머병 등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정보를 검출해 병의 종류를 좁히고 질병을 진단한다.


가장 잘 알려진 분자 진단검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널리 쓰인 'PCR 검사'다.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코와 목 뒤쪽 점막에서 채취한 비말 내 바이러스 유전자를 수백만 배 증폭시켜 검사 기계가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검사다. PCR 검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독감·결핵·성병 등 다양한 감염질환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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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로 알아보는 진단검사 과정/그래픽=김민선
◇3단계, '동반 진단'으로 맞춤형 치료제 찾기
정확한 병명을 확인한 뒤에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과정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다양한 암종에서 특정 물질만을 표적으로 삼아 효과를 발휘하는 '표적 항암제'가 발전하면서, 약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예측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선별하는 '동반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표적 항암제가 허가될 때, 환자가 약물이 표적으로 하는 생체표지자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반 진단검사가 함께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는 추세다.

이는 같은 암이라도 유전자나 단백질 발현 여부 등이 사람마다 달라 약물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치 열쇠와 자물쇠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혈액이나 조직에서 환자의 암세포가 가진 특별한 '자물쇠(DNA·단백질·세포 등 생체표지자)'를 확인해, 그에 딱 맞는 '열쇠(표적 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를 선택한다. 결과적으로 치료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불필요한 부작용과 비용을 피하도록 도와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가령 최근 새롭게 국내에서 허가된 표적 위암 치료제 '빌로이'의 경우, '클라우딘 18.2' 단백질이라는 생체표지자를 표적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이에 사전에 동반 진단검사를 통해 클라우딘 18.2 단백질이 발현된 것으로 확인된 환자에만 사용하고, 이를 보유하지 않은 환자라면 면역항암제 사용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등 빠르게 치료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4단계, '추적 검사'로 치료 예후 파악
치료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진단검사의 역할은 계속된다. 일정한 간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추적 관찰'해 장기적인 예후와 삶의 질까지 책임지는 모니터링 진단 과정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 치료 효과가 낮아지거나 재발 신호가 보일 때 빠르게 치료 전략을 바꾸거나 대응할 수 있다. 치료를 마친 환자가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암 환자는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종양표지자 수치를 확인해 반응이 유지되면 같은 치료를 이어가고, 수치가 다시 오르면 추가 검사를 통해 치료 방향을 다시 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생활 습관, 유전자, 질병 특성까지 반영해 관리하는 맞춤형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별 최적화된 추적 관리도 가능해지고 있다.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조성호 전무는 "최근 진단검사는 단순히 질병을 찾아내는 것을 넘어 환자의 전체 치료 여정 전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전문 의료진은 물론 개별 환자 스스로도 진단검사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 나가야만 질환의 조기 발견과 효과적인 치료, 나아가 건강 수명 연장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