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궁금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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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중심으로 '위고비·마운자로 열풍'이 번지면서 비만치료제가 어느새 대중적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SNS를 중심으로 위고비·마운자로 열풍이 번지면서 비만치료제가 어느새 대중적 유행처럼 소비되고 있다. '몇 번 맞으면 몇 kg 빠진다'는 식의 다이어트 주사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유튜브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이 직접 사용 후기를 소개하는 영상까지 쏟아지면서 사실과 다른 기대와 공포가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여러가지 오해에 대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당뇨센터 김용진 센터장을 만나 물어봤다.

‘급빠’ 가능할까?
SNS에서 떠도는 “몇 달 맞으면 체중이 쭉 빠진다”는 기대 자체가 잘못된 전제다. 비만치료제는 장기 치료를 전제로 개발된 약이다. 단기간 감량을 위한 주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지난해 발표된 위고비 4년 연구에서 1년 동안은 체중이 감소했고, 나머지 동안은 약을 통해 감량한 체중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을 중단하면 1년 내에 상당수의 환자가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이는 단기 다이어트용 속성 주사가 아니라 장기적 체중 관리 전략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준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는 “체중 유지를 위해 평생 투약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요요 올까?
일반적인 투약 과정 역시 즉각적 감량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0.25㎎에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증량하고, 최종적으로 2.4㎎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 모니터링과 생활 습관 교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단약하면 감량한 체중의 절반 이상이 다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 복용이 어렵다면 용량 감량, 투약 간격 조정,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전환하는 등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


군살 빼고플 때 맞아도 될까?
비만치료제는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약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용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 비만율은 41.4%로 여성(23%)보다 약 두 배 높다. 하지만 2020~2024년 6월까지 삭센다·위고비 처방 환자 가운데 71.5%는 여성이었다. 질병이 아닌데 약을 쓰면 위험이 이점보다 커지고, 오히려 꼭 필요한 환자들의 접근만 방해한다. 비만은 식욕·포만감·식탐을 조절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이를 약물 치료제로 조절하는 것은 당뇨약·고혈압약을 쓰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비만 치료제의 공식 적응증은 BMI 30 이상, 또는 BMI 27~30이면서 고혈압·당뇨 등 대사질환이 동반된 경우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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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당뇨센터 김용진 센터장이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오해에 대해 답하고 있다./사진=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제공
담낭·췌장에 안 좋을까?
SNS에서는 위고비·마운자로에 대한 부작용 경험담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담석증·췌장염·실명 같은 자극적인 사례가 맥락 없이 공유되면서 치료제에 대한 오해와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급격한 체중 감소 자체가 담석증·췌장염 위험을 높이기는 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약 때문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김용진 센터장의 설명이다. 실명 사례 또한 주의해야 하지만, 10만 명 중 1명 수준의 극히 드문 부작용이다. 탈모 역시 약 때문이 아니라 다이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섭취 부족이 더 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최신 GLP-1 계열 치료제는 이전 세대 비만약보다 안정성이 높고,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도 확인된 약물로 여겨진다.


꼭 맞아야 하는 사람은?
주사제가 개발되면서 비만을 ‘의지의 문제’로만 여기던 사람들이 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부작용 공포가 과장되면서 정말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비만 수술 후 급격한 요요가 발생했을 때 ▲수술 후 감량이 정상 경로에서 이탈했을 때 ▲초고도비만으로 수술 위험도가 높아 위험도를 낮춰야 할 때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약은 사실상 '필수 치료'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