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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과 셀트리온, 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와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약을 직접 개발하는가 하면, 해외 기업으로부터 후보 물질 또한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뛰어넘는 비만 신약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현재 비만 치료제 ‘CT-G32’를 개발 중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GLP-1 비만 치료제가 대부분 2중·3중 작용제라면, 이 약은 이를 넘어서는 4중 작용제다. 기존 약제의 단점이었던 환자별 치료 효과 차이와 근손실 부작용 등의 문제 또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 확보한 후보물질 중 성공 확률이 높은 물질에 대해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을 평가하고 있다. 내년 중 전임상 시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연말까지 3개 후보물질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하고 동물 임상 시험을 끝낼 것”이라며 “연구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환자가 많아 임상 시험 기간도 짧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 외에도 여러 국내 회사들이 비만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한미약품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섰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달 발표한 임상 3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약 40주차 시점에서 체중이 5% 이상 감량된 시험 대상자는 79.42%(위약 14.49%)였다. 10% 이상 몸무게가 빠진 대상자는 49.46%(위약 6.52%), 15% 이상은 19.86%(위약 2.90%)로 나타났다. 기저치 대비 평균 체중 변화율은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 9.75% 감소, 위약 투여군 0.95% 감소로 확인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초고도비만이 아닌 체질량지수(BMI) 30 이하 여성에서도 타 시험 대상자 대비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구토나 오심,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 사례가 기존에 알려진 발현율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비율로 낮았다.

일동제약 또한 지난 9월 기업설명회를 열고 비만·당뇨 등 대사성 질환 신약으로 개발 중인 ‘ID110521156’의 임상 1상 주요 지표 데이터를 공개했다. ID110521156은 GLP-1 계열 약물로, 체내에서 ▲인슐린 합성·분비 ▲혈당 수치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발표에 따르면, ID110521156 50mg과 100mg 투여군에서 4주 평균 각각 5.5%와 6.9%의 체중 감소 효능이 나타났다. 200mg 투여군의 경우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위약군은 4주 투여 후 5% 이상 체중이 감소한 피험자 비율이 0%였던 반면, 50mg 투여군과 100mg 투여군은 그 비율이 각각 55.6%와 66.7%, 200mg 투여군은 87.5%에 달했다. 안전성 측면에서 위장관 부작용은 중대한 이상 사례 없이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약물로 인한 임상 중단이나 중도 탈락자는 없었다. 일동제약은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후속 개발 작업과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작년 5월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에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외에 출시 후 매출에 따른 기술료를 지급하기로 하고 GLP-1 비만 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초록을 보면, 에크노글루타이드 투여군은 48주 이후에 체중이 최대 15.4% 감소했다. 77.7~92.8%는 약 5% 체중 감소를 보였다. 10% 이상 체중이 감소한 환자는 51.2~79.6%, 15% 이상 환자 비중은 63.5%를 기록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에크노글루타이드에 대한 상업화가 성공할 경우 국내에서만 1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약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