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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위고비/사진=각사 제공
비만 치료제 개발사의 희비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엇갈렸다.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높은 매출 성장에 힘입어 향후 전망을 밝힌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릴리, 추정 매출 상향… 키트루다도 제쳐
6일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각각 공개한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의 매출 추이를 고려해 연 매출 전망치를 다르게 조정했다.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의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증가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마운자로의 3분기 전 세계 매출은 65억1510만달러(한화 약 9조4300억원)이며, 젭바운드의 매출은 35억8810만달러(한화 약 5조2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185%씩 증가한 수치다. 회사의 전체 매출 또한 176억달러(한화 약 25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두 약의 매출을 합하면 총 101억320만달러(한화 약 14조6000억원)로, 지난 2분기까지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이었던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넘어섰다. 미국·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마운자로가 당뇨병 치료제로만 쓰이며 비만 치료에는 젭바운드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두 약의 주성분은 '터제파타이드'로 동일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마운자로가 비만 치료제로도 허가받아 쓰이고 있다. 이에 보통 전 세계 매출 순위를 따질 때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매출을 합산한다.


일라이 릴리는 두 약물의 매출 증가 추세를 고려해 연간 회사 매출 전망치를 기존 600억~620억달러에서 630억~635억달러(한화 약 91조~92조원)로 상향 조정했다. 일라이 릴리 데이브 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분기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며 "4건의 추가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전 세계 허가 신청도 가능해진 상황이다"고 했다.

◇노보, 위고비 매출 올랐지만… 성장세 둔화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매출이 올랐음에도 웃지 못했다. 증가율이 업계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고비의 3분기 매출은 203억5400만덴마크크로네(한화 약 4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반면, 오히려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에 79%로 더 높았다. 회사의 3분기 전체 매출 또한 749억7600만덴마크크로네(한화 약 16조7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직전 2분기와 비교하면 2.5% 감소한 수치다.

위고비 매출 둔화의 원인은 마운자로와의 경쟁 심화와 복제약 유통 확대가 꼽힌다. 전 세계 시장에서는 아직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이 더 높지만,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인크레틴 계열 약물 시장 내에서는 올해 9월 기준 일라이 릴리가 노보 노디스크보다 시장 점유율이 16.2% 더 높다. 출시 당시 약물에 대한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해 공급 부족으로 잠시 복제약에 자리를 내줬고, 공급난이 해결된 이후 복제약 제조가 불법이 됐음에도 여전히 복제약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도 둔화된 위고비의 성장세를 인정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 직접 판매 채널인 '노보케어 파마시'를 확대하는 등 위고비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노보 노디스크 마이크 두스트다르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서 "당뇨병과 비만 분야에서 GLP-1 치료제의 성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연간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위고비가 더 많은 환자에게 처방될 수 있도록 시장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